도 넘은 트럼프의 결벽증… 기침하는 측근 쫓아내고 악수도 꺼려

입력 2019-07-08 16:3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나친 결벽증 때문에 측근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상으로서 위생에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도를 한참 넘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백악관을 찾은 사람들은 먼저 집무실 근처 화장실에 들러 손을 씻어야 한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 탑승한 상태서 기침이라도 하면 곧바로 군의관의 진찰을 받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근접 수행원에게 손 세정제를 휴대토록 지시했다고 한다.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과 악수를 한 뒤 전용차 ‘비스트’에 오르자마자 곧바로 손을 소독하기 위해서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자유세계 지도자들 중에서 병균에 가장 신경 쓰는 인물일 것이다. 그는 백악관 회의든, 유세 현장이든, 3만 피트 상공에서든 가리지 않고 결벽증을 드러낸다”며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그의 ‘레드 라인’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전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진영에서 일했던 관계자는 “누군가 기침, 재채기를 하거나 아픈 기색을 보이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곧바로 쏘아봤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손을 들어올려 자신에게 다가오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벽증은 지난달 ABC방송과 인터뷰를 할 당시에도 드러났다. 조지 스테파노풀로스 ABC 앵커와 인터뷰를 하던 도중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기침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알다시피 나는 그걸 싫어한다. 기침을 하려면 이 방에서 나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백악관 관계자들은 몸이 아프거나 목이 쉬기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 곁에 다가가지 않는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몸이 아픈 상태로 대통령 앞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몹시 불쾌하게 여기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몸이 아프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 시절부터 결벽증이 있었다. 다른 사람과 악수하기를 매우 꺼려 무례한 사람이라는 비난도 자주 들었다. 이런 습관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해외 정상은 물론, 지인이 집무실을 방문했을 때조차 악수하기를 주저했다고 한다.

식사시간에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식사 전 그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위생지침을 강박적으로 지킨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여러 차례 만난 사람들은 그가 식사 전 꼭 손을 씻는다고 전했다. 백악관 만찬장 종업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만찬석상에서 위생 물수건을 함께 제공한다고 한다.

앤서니 스카라무치 백악관 공보국장은 2017년 7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에어포스 원을 타고 오하이오주로 향하던 중이었다. 스카라무치 국장이 목이 쉬고 기침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 아프냐?”고 묻더니 곧바로 당시 주치의였던 로니 잭슨에게 가보라고 지시했다. 스카라무치 국장은 “측근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결벽증 환자라고 농담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까탈스러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