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정글의 법칙’(SBS)의 이른바 태국 대왕조개 채취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멸종위기종을 불법 채취해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은 물론 거짓 해명에 방송 조작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날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지난달 29일 방송분에서 시작됐다. 해당 편에서 배우 이열음은 태국 남부 트랑지방 꼬묵섬 근처 바다에서 대왕조개 3개를 사냥했다. 예고 영상에는 김병만 등 병만족이 이열음이 채취한 대왕조개를 맛있게 먹는 모습도 담겼다.
하지만 방송이 나간 후 태국 현지와 국내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대왕조개가 태국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멸종위기종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채취할 때는 최대 2만 바트(약 76만원)의 벌금이나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두 처벌 모두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촬영이 이뤄진 태국 핫차오마이 국립공원 측은 해당 장면을 문제 삼으며 지난 3일 현지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이에 5일 정글의 법칙 측은 “태국 대왕조개 채취와 관련 현지 규정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촬영한 점에 깊이 사과드린다”며 “향후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제작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리고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관련 동영상 클립을 삭제했다.
그러나 논란은 ‘제작진의 부주의한 실수’로 끝나지 않았다. 태국 매체가 정글의 법칙 제작진이 촬영 전 태국 정부에 보낸 공문을 공개하면서 부주의를 향한 지적은 거짓 해명에 대한 비판으로 옮겨갔다. 현지 언론이 공개한 해당 공문에는 “태국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촬영하거나 방송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정글의 법칙 측이 내놓은 입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점입가경인 모습에 시청자들도 단단히 뿔이 난 모양새다. 7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글의 법칙 제작진을 엄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8일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정글의 법칙 갤러리 측은 “국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여기에 실제 대왕조개를 이열음이 아닌 다른 출연자나 스태프가 채취했다는 등의 조작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SBS 측은 8일 오후 입장을 내고 “SBS는 이번 정글의 법칙 사안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철저한 내부 조사를 실시한 후 결과에 따라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출연자 이열음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