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리브라 위협’… “금융위기 때 리브라로 ‘뱅크런’ 우려”

입력 2019-07-08 16:00 수정 2019-07-08 16:26
개인정보 유출 피해 극대화 가능성
은행 재무상태 위축·해외송금 수익 저해도


페이스북이 개발한 암호화폐(가상화폐) ‘리브라(Libra)’의 위협이 거세다. 은행 지불능력이 떨어지고, 대출금이 줄어들 수도 있다. 금융·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리브라로 자금이 쏠리는 ‘뱅크런’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리브라의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8일 ‘리브라 이해 및 관련 동향’ 자료를 공개했다. 금융위는 우선 리브라의 상용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수 이용자(24억명)를 확보하고 있어 범용성도 뛰어나다고 봤다. 현재 페이스북은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모색하기 위해 결제, 정보기술(IT), 통신 등 주요 글로벌 기업 28곳과 협회를 구성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런 장점을 기반으로 내년에 리브라를 통한 송금 및 결제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한 서비스로 ‘편리성’ ‘가격 경쟁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금융시스템으로의 접근·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금융소외계층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도 밝힌 상태다.

하지만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금융위는 “리브라의 가치 보장 방식이 불분명하고, 세부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 실체를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리브라에 정부 국채나 실제 은행 계좌 등을 연계해 가치 변동성을 제한하겠다고 말한다. 다만 취급 업소를 통한 거래 과정에서 투기 등으로 본질적 가치와 괴리될 수 있다. 일례로 가상화폐 ‘테더’의 경우 미화 1달러에 가치를 고정했지만, 지난해 7월 현재 취급 업소 가격은 1.32달러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극대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페이스북의 소셜데이터와 금융데이터가 결합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피해 유형이다. 페이스북은 금융데이터를 별도 관리하기 위한 자회사(칼리브라)를 설립하기로 했지만, 우려는 식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은 리브라에 대한 가상화폐공개(ICO) 계획을 따로 밝히지 않았다. 대규모 ICO를 진행할 경우 과도한 투자자금 쏠림 및 취급업소를 통한 다량의 매수·매도로 투기자산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국내외 금융시스템에 끼칠 영향도 적지 않다. 현재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은행예금의 10분의 1을 리브라로 이전하면 리브라 적립금은 2조 달러(2360조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되면 기존 은행들의 지불능력이 하락하고 대출금이 줄어들 수 있다. 막대한 해외자금 이전으로 국제수지가 취약한 신흥국의 금융시장은 휘청일 수밖에 없다.

은행을 통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광범위한 자금 세탁수단으로 타락할 수도 있다. 리브라가 중앙은행의 통화를 대체·병행하면서 통화정책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장은 결국 은행산업 전반으로 이어진다. 페이스북 등이 고객 자금으로 은행예금 대신 채권 등을 매입하면 은행 재무상태가 위축된다. 리브라가 사실상 무료에 가까운 해외송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은행의 해외송금 수익도 나빠질 수 있다. 페이스북이 자격이 갖춘 은행으로 정식 출범하면 은행산업의 과열 경쟁도 예상된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