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슈어테크, 보험 산업 바꾸지만 보험설계사 일자리 없앨 수도…” 신기술의 빛과 그림자

입력 2019-07-08 15:31
최종구 금융위원장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과 보험이 결합된 ‘인슈어테크’가 보험 산업에 새롭게 탈바꿈 시킬 거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보험설계사의 일자리를 뺏고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현상을 일으킬 우려도 높다. 인슈어테크가 변화시킬 보험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생명보험협회는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인슈어테크-보험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보험회사, 유관기관 관계자 등 400여명이 모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인슈어테크 발전은 소비자 편익 증대, 새로운 시장참여자 등장, 디지털 혁신 촉진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면서도 “보험설계사 일자리 감소, 노령층의 디지털 소외, 빅데이터 활용에 따른 보안문제 등 부정적 측면도 상존한다. 이와 관련해 장기적 관점의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인슈어테크는 여러 가능성과 더불어 각종 규제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상태다. 최 위원장에 이어 기조연설에 나선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 교수는 “보험 산업은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보험 업무를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AI를 활용한 언더라이팅과 보험금 자동지급, 블록체인 P2P 보험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선 의료법, 개인정보법 등 관련 규제에 막혀 시행될 수 없는 혁신 서비스가 많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적극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에서는 니코 에거트 메트라이프 디렉터가 메트라이프생명의 다양한 혁신 활동을 소개했다. 에거트 디렉터는 “메트라이프는 글로벌 차원에서 이노베이션 팀과 루먼랩(LumenLab)을 구성해 외부 스타트업들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보험 산업에 미칠 영향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AI는 인간을 닮은 것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목적에 최적화된 합리적인 것을 만드는 기술”이라며 “보험 분야도 전체 업무의 일부를 자동화하는 걸로 시작하되, 자동화되지 않은 부분은 인간의 개입을 활용하면서 점차 AI 활용을 높여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인간의 노동력과 AI가 서로 대립하는 게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임승빈 신한생명 팀장은 “보험회사와 스타트업간 협업을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불안, 스타트업에 대한 무리한 요구, 대기업이 갖고 있는 자만심 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김앤장 변호사는 “AI를 활용한 보험 모집에 대한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규제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