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인질극’ 강도단, 도박·비트코인으로 돈 잃고 인터넷서 범죄 모의

입력 2019-07-08 15:30 수정 2019-07-08 15:31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있는 3인조 강도단의 모습. 연합뉴스TV.

지난 4일 16개월 영아를 인질로 잡고 1800만원가량의 돈을 갈취한 3인조 강도단이 경찰에 모두 붙잡혔다. 이들은 스포츠 토토, 도박, 비트코인 등으로 한탕을 노렸다가 빚더미에 앉아 범죄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8일 흉기를 들고 아파트에 침입해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 등)로 조모(30)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 3명은 모두 큰돈을 노리고 도박, 스포츠 토토, 복권, 비트코인 등에 손을 댔다가 빚더미에 앉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 인터넷 카페에 ‘돈 되는 일을 하자’는 등의 글을 올리고 범죄를 모의했다. 이 카페는 ‘죽을 용기로 일하는 분들이 모인 곳’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었지만 게시글은 범죄를 모의하는 글들이 수두룩했다.

조씨는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운영하다가 폐업하면서 빚을 졌다. 이 빚을 해결하기 위해 불법 스포츠 도박과 복권 등에 돈을 쏟아 부었고 빚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 3억원에 이른 채무를 갚기 위해 조씨는 해당 카페에 ‘불법이든 합법이든 돈만 되면 하겠다. 연락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여기에 김모(34)씨가 답글을 달면서 범죄 모의가 시작됐다.

김씨는 PC방을 운영하다가 폐업하고 스포츠 도박 등에 빠져 1억원의 빚이 생긴 상태였다. 여기에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도주했던 그는 여자친구의 지갑까지 손을 대면서 형집행장과 수배가 내려졌다.

두 사람은 통신기록이 삭제돼 추적이 어려운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범죄를 모의했다. 서울·광주·목포를 5차례 오가며 범죄 계획을 짜고 범행 장소를 함께 물색했다. 이들은 범행 시행 전날 같은 카페에 ‘돈이 너무 급하다’는 글을 올린 한모(27)씨까지 불러 3인조 강도단을 구성했다.

범행을 위해 아파트 단지로 진입하는 강도 공범의 모습. 연합뉴스TV.

한씨는 전과가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비트코인에 투자하면서 빚더미에 앉았다. 2700만원의 돈을 빌렸으나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하자 범죄를 결심한 것이다.

이렇게 서로 일면식도 없던 세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만나 16개월 영아 인질극이 탄생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금은방을 털려고 계획했었다. 그러나 금은방에 침입하기 위한 도구를 살 돈조차 없어 지난달 포항에서 발생했던 강도사건을 모방한 강도 범행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인터넷을 통해 범행을 공모하는 글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리는 이희진의 부모를 살해한 주범도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글을 올려 공범을 모집해 사전 모의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