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 선거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집권여당인 자민당이 총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유세 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혼잡을 방지한다는 명목이지만, 실제로는 일정을 미리 안 정치적 반대세력이 집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반대 목소리를 듣는 관용이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8일 참의원 선거기간에 정당들이 당대표의 선거유세 일정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지만 자민당만 아베 총리의 선거유세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휴일인 7일 도쿄도 나카노구의 JR나카노역 앞에서 자민당 후보의 지원유세에 나섰다. 당 홈페이지에는 아베 총리의 이날 일정이 미리 공개되지 않았다. 언론에도 사전에 알려지지 않았다. 자민당은 “재해대응 등 일정이 유동적이고 현장에서 청중의 혼잡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 당 간부의 일정은 홈페이지에 실려 있었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의 ‘깜짝 유세’를 본 일부 시민들이 “그만둬라”라며 아유를 퍼붓기 시작하면서 현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아베 총리가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할 때쯤엔 연설이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같은 반발의 목소리가 아베 총리의 선거유세일정 비공개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2017년 7월 도쿄 도의원 선거 지원 유세 도중에도 시민들의 야유를 들어야 했다. 시민들은 아베 총리가 특정 사학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학 스캔들’을 지적하며 “물러나라” “그만두라”는 구호를 1시간가량 외쳤다.
당 차원에선 공식적으로 비공개지만, 지역구 후보들은 당선을 위해 아베 총리의 유세지원 일정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한 후보자는 트위터에 “아베 신조 총리가 온다”며 날짜와 장소를 함께 적었다. 또 다른 후보자는 지난 6일 신문 광고를 내기도 했다. 이에 당 관계자는 “(아베 총리의 유세지원을) 사전고지한 것 때문에 차후 당에서 혼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거리유세가 유권자와 후보자를 잇는 중요한 장소인 만큼 선거유세일정을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사카 이와준 고마자와대 정치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자민당이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은 시대에 역행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듣는 관용이 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다. 연설의 장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권자의 반응은 다양했다. 대학생 A씨(18)는 “아베 총리가 온다는 것을 트위터로 알았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하나의 목소리이므로 당으로서 사전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호텔을 경영하는 B씨(59)는 “야유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