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재판이 8일 광주에서 열렸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오후 2시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시작된 재판에 전씨는 불출석 허가를 받아 출석하지 않았다.
전씨는 지난 3월 11일 우여곡절 끝에 첫 재판에 출석했지만 이후 지난달 10일과 5월13일 재판에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고교생으로 계엄군에게 총상을 입은 친구 소식을 알리기 위해 광주천을 지나다가 헬기사격을 목격한 시민 등 4명이 증인으로 나섰다.
당시 전남대병원 간호사로 일한 조모(여·서울)씨는 첫 번째 증인으로 나서 “9층 병실에서 환자 보호자가 총알이 날아들었다고 해서 가보니 병실 창문이 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5·18민주화운동이 끝나갈 무렵인 5월27일로 기억한다”며 “전남대병원은 당시 인근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지상에서 총을 쐈다면 9층 병실로 총알이 들어올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씨는 이어 “병원에 온 중령 한 명이 ‘총알이 몇 층에 몇 개가 들어왔다’는 등의 내용을 다른 군인들로부터 보고받았다. 군인들이 병동을 마구 수색하고 다녔다. 1983년까지 근무했는 데 그 때까지 총탄자국들을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증인석에 앉은 배모씨는 “1980년 고등학생으로 5월21일 오후 2시에서 2시30분 사이 불로동과 양림동 사이 천변에서 헬기를 목격했다. ‘드드륵 드르륵’ 소리가 들리고 광주천의 물이 튀었다”고 증언했다. 배씨는 그날이 자신의 생일이었다고 기억했다.
배씨는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이 자기가 한 일을 안 했다고 해 이 자리까지 서게 됐다”고 증언배경을 설명했다.
또다른 증인 이모씨는 “당시 목사 신분으로 5월27일 새벽 4층 높이의 교회 종탑에서 전남도청과 전일빙딩 인근 상공의 헬기 1대를 목격했는데 ‘뚜두두’하는 사격 소리가 요란했다”고 증언했다.
앞서 지난 5월과 6월 재판에서도 각각 6명과 5명의 증인이 법정에서 헬기사격 목격에 관한 증언을 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5·18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기소됐다.
다음 재판은 8월8일 오후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