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법농단 재판 나온 ‘증인’ 임종헌, 질문마다 “증언 거부한다” “기억 안 나”

입력 2019-07-08 14:21 수정 2019-07-08 15:03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직권남용의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지만 사실상 증언을 거부했다.

임 전 차장은 8일 유 전 연구관의 재판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박남천)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질문 대다수에 “증언을 거부한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된 임 전 차장이 ‘사법농단’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날 증인신문은 유 전 연구관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의’로 알려진 김영재·박채윤 부부의 ‘의료용 실’ 특허분쟁 재판 기록이 청와대에 유출되는 과정에 연루된 혐의에 대해 진행됐다. 검찰은 당시 유 전 연구관이 임 전 차장과 공모해 다른 재판연구관에게 이 사건 진행경과·처리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뒤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본다.

임 전 차장은 대부분 질문에 증언 거부로 일관했다. 그는 “‘특허법원에서 재판을 받던 당사자가 불리한 판결을 받을 걸 우려한다’는 내용을 당시 곽병훈 청와대 법무비서관에게서 듣고 행정처 심의관에게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제 형사사건에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우려가 있어 증언을 거부한다”고 답했다.

검찰은 청와대 접촉 경위, 심의관들에게 지시한 내용 등을 질문했지만 그는 “같은 이유로 증언을 거부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일부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임 전 차장은 검찰 일부 질문에 대해선 부적절하다며 따지기도 했다. 그는 검찰이 “2015년 8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면담 이후 청와대 내부 동향 정보를 제공 받은 적 있느냐”고 묻자 “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항변했다. 그러면서 “재판장이 아는 대로 진술하라고 하면 하겠지만 마치 피고인 신문 같은 증인신문이라 적절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임 전 차장이 법정에 출석한 건 지난 5월 30일 본인 재판 이후 39일 만이다. 임 전 차장이 지난달 재판부 기피를 신청한 이후 재판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