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북한 목선 ‘입항귀순’ 사건과 관련, “철저한 후속조치로 완벽한 경계작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지난 5일 ‘장관 지휘서신 제7호’를 통해 “장관은 누구보다 이번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만 군 안팎에서는 8일 “정 장관의 유체이탈 식 화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군을 대표해 이번 사건 책임이 상당한 정 장관이 마치 남의 일 말하듯 후속조치 이행을 당부한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완벽한 경계작전을 위한 부대구조 개편과 교육·훈련 강화 등을 거론한 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은 부족한 능력이나 불비한 여건을 불평하기보다는 최적의 운용 방안을 강구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장관은 “우리 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뼈아픈 반성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들께 알려야 할 일이 있을 때는 성실하게,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군대, 국민이 신뢰하는 군대’를 만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합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군 당국이 목선 발견 장소를 ‘삼척항 인근’이라고만 밝히면서 축소·은폐 의혹이 커졌다. 안이한 언론 대응은 일선 간부들 책임과는 거리가 먼 데도 정 장관이 국민과의 소통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군 지휘관들에게 당부한 셈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위에서 대응을 잘못한 것까지 다 일선 지휘관들에게 책임을 돌리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목선 입항 나흘 뒤인 지난달 19일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도 “경계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되짚어 보고, 이 과정에서 ‘책임져야 할 인원’이 있다면 엄중하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해 책임 회피 식 발언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그 이후 비판 여론이 더 높아지자 정 장관은 지난달 20일에 이어 지난 3일 대국민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정 장관은 이번 지휘서신에서 최근 동기 병사에게 인분을 먹였다는 가혹행위와 폭행 사고가 잇따른 데 대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또 다시 드러났다”며 “우리 군이 더 이상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 육군참모총장은 지난 3일 부임 후 첫 지휘서신에서 이번 가혹행위 사건과 관련해 이달 말까지 각 부대에 대한 ‘면밀한 진단’을 지휘관들에게 지시했다. 서 총장은 “형식적인 점검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