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분했던 특수 검사 생활… 이제 떠날 때” 박정식 서울고검장 사의

입력 2019-07-08 10:12
박정식 서울고검장. 뉴시스

박정식(58·사법연수원 20기) 서울고검장이 8일 검찰 내부망에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다”는 ‘사직인사’를 올렸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잘 되고, 국민을 위한 검찰로 반드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검사 인생에서 기억나는 사건을 묻자, 박 고검장은 “기억나는 사건들은 워낙 많지만 구구절절 말씀드리면 사족에 자기자랑일 뿐”이라고 답했다.

박 고검장은 이날 오전 9시 검찰 구성원들에게 전한 글에서 “1991년 서울지검 남부지청 초임검사로 발령받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8년 4개월의 시간이 흘렀다”고 했다. 그는 먼저 선후배 동료 검사를 포함한 수사관, 실무관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그는 “이 분들이 아니었으면 모든 어려움을 도저히 헤쳐 나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 고검장은 “일기일회라는 말처럼 검찰 가족과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저는 조직을 떠나더라도, 우리 검찰이 어려운 과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해 국민을 위한 검찰로 더욱 발전하고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많은 응원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해 한 업무집행이 혹여 불편했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박 고검장은 1988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1년부터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대검찰청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등 특별수사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BBK 의혹을 수사한 특별검사팀에서 일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 사건을 성공적으로 수사했고 CJ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 4대강 건설업체 입찰담합 의혹 사건, 효성그룹 탈세·비자금 수사 등을 지휘했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내세울 것이 없다”면서도 “한계보다는 보람이 더 많은 검사 생활이었다”고 반추했다. 박 고검장은 “과분하게도 특수 보직에 오래 있었는데, 했던 일은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검사 때에는 같이 근무한 수사관과 부장 차장 선배들, 중간 관리자 때에는 검사들의 덕으로 헤쳐 나왔다”고 말했다. 박 고검장은 “자기 혼자 모든 일을 한 것처럼 치부하면 오판이다”고 했다.

박 고검장은 지난 5월 법무부가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를 추천받는 과정에서 천거됐다. 하지만 스스로 인사검증 동의를 하지 않았다. 그의 퇴임식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박 고검장은 “유별난 삶을 살아온 사람도 아니며 평범한 일상 속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어떤 일을 하는 것이 과연 공직생활에 대한 보답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