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살기 힘들다 느끼니 ‘구제금융 졸업’ 이끌고도 총선 패배한 그리스 치프라스 총리

입력 2019-07-08 09:35 수정 2019-07-08 10:33
키라이코스 미초타키스 신민주당 대표가 7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아테네=AP연합뉴스


그리스 총선에서 중도우파 신민주당(이하 신민당)이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에 승리를 거뒀다. 신민당은 7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5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했고, 그리스 정치사상 첫 급진좌파 정부의 수장에 올라 ‘구제금융 졸업’을 이끈 치프라스 총리는 낙마했다.

개표가 60%가량 진행된 상황에서 키라이코스 미초타키스 대표가 이끄는 신민당은 39.7%를 득표, 31.5%의 표를 얻는 데 그친 시리자를 압도했다. 신민당은 이로써 전체 의석의 절반이 넘는 158석을 얻어 다른 정당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현재 144석의 의석을 가진 집권 시리자는 86석의 의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제2당으로 전락하게 됐다.
총선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을 하고 있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AP=연합뉴스]

미초타키스 신민당 대표는 승리가 사실상 결정된 뒤 TV 연설에서 유권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그리스는 고통스러운 시대를 벗어나 자랑스럽게 재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미초타키스 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했다고 말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번 선거 출구조사에서는 중도좌파 정당인 변화를 위한 운동(KINAL)이 득표율 6∼8%, 공산당(KKE)이 5∼7%로 신민당, 시리자의 뒤를 이었다.

그리스는 당초 10월쯤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와 이어진 지방선거에서 시리자가 참패하자 치프라스 총리는 총선을 3개월가량 앞당겼다. 이번 총선 전 발표된 일련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신민당은 시리자를 지지율에서 약 10%포인트 차로 따돌리는 것으로 나타나 정권 교체가 예상됐다.

치프라스 총리는 출구조사 결과가 확정될 경우 4년 반 만에 권좌에서 내려오게 된다. 그는 그리스 채무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5년 1월, 변방에 머물던 시리자의 총선 승리를 이끌고 그리스 역사상 최연소 총리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리스는 지난해 8월에 8년에 걸친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체제를 졸업한 뒤 최근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서고, 실업률이 하락하는 등 경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구제금융의 그늘이 워낙 짙어 국민들이 경제 호전을 좀처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출구조사대로 신민당의 승리가 확정될 경우 정치 명문가 출신의 미초타키스 대표가 차기 총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90∼93년 총리를 지낸 그리스 보수파의 거두 콘스탄티노스 미초타키스 전 총리의 아들이다. 미초타키스 대표는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국제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의 컨설턴트 등 금융계에서 일하다가 부친의 뒤를 이어 정치에 뛰어들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