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론조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미국 전국 성인 남녀 1008명으로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7일(현지시간) 결과가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가진 판문점 북·미 회동도 조사기간에 부분적으로 포함됐다.
WP는 “이번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국과의 무역 긴장을 완화했고, 북한의 김정은을 만나 북한 땅을 밟고 북핵 협상 재개를 합의한 기간에 이뤄졌으나 미국인들 사이에선 그의 외교정책에 대해 반대가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 외교정책이 북한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과의 무역 갈등, 이란과의 갈등 고조,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실책 등이 부정적 평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판문점 북·미 회동이후 트럼프 대통령 외교정책에 대한 여론조사가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BC방송과 WP는 외교 정책을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9개 분야별 지지도를 조사했다. 경제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51%의 지지율을 얻었다. 반대는 42%였다. 9개 분야 중 유일하게 지지율 과반을 넘긴 분야가 경제였다.
세금 정책과 이민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각각 42%, 40%를 기록했다. 보건 의료(38%), 총기 규제(36%), 낙태(32%), 여성 이슈(32%) 등은 30%대 지지율을 보였다. 가장 지지율이 낮은 분야는 기후변화·지구온난화로 29%에 불과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경제 호황에 힘입어 47%를 기록했다. ABC방송·WP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최고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을 여전히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0%로, 지지도보다 3% 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WP는 가장 최근 조사인 지난 4월말 여론조사와 비교할 때, 국정 지지도는 5% 포인트 상승했고, 반대는 4% 포인트 줄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이 늘고, 반대하는 사람이 줄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간 2020년 대선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43%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쳐 53%를 얻은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10%포인트 차로 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맑음’이지만 재선 전망은 ‘흐림’이라는 것이 이번 ABC방송·WP 공동 여론조사의 결론이다.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군 5명과의 2020년 대선 가상 대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 명도 이기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바이든 전 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4명 후보들과는 오차 범위 내에서 뒤지거나 비기는 혼전 양상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경선에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48%의 지지율을 얻으며 46%의 트럼프 대통령에 2% 포인트 차로 앞섰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49%)도 트럼프 대통령(48%)에 1% 포인트 차 초박빙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각각 48%, 47%의 지지율을 얻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비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필승 카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라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민주당 경선 초반 국면에 인종차별을 두둔하는 발언으로 위기를 겪었던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다시 대세론을 탈지 여부는 또 다른 관심사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