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한국인 박항서 같지 않다” 무차별 폭행 남편 영상에 공분한 베트남

입력 2019-07-08 07:55 수정 2019-07-08 10:01

베트남 출신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남성의 영상이 현지 언론에 공개되자 베트남 네티즌들의 공분이 고조되고 있다. 현지 네티즌들은 “모든 한국인이 박항서 감독 같지 않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와 징 등의 현지 언론들은 7일 관련 소식과 함께 영상을 게시했다. 이를 본 베트남 네티즌들은 공분하며 피해 여성에게 이혼하고 베트남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특히 “한국말이 서툴러 폭력을 휘둘렀다”는 남편의 말에 현지 네티즌들은 “왜 당신이 베트남어를 배워 소통할 생각을 하지 않냐”며 분노했다. “모든 한국인들이 박항서처럼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라는 반응도 줄을 이었다. 한국 주재 베트남 대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에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를 의식한 듯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항서 감독을 언급하며 가해 남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폭력 남편과 같은 한국인이라는 게 부끄럽다”며 “남편이 글로벌하게 한국을 망신준다. 박 감독이 어렵게 쌓아놓은 베트남과의 관계를 망칠까 우려된다”고 적었다. “아이 앞에서 엄마를 구타한 아동학대다. 이번 사건은 아내 폭행 및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해 가중 처벌해 중형에 처해야 한다”며 “한국이 인종차별 국가라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이주여성인권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에게 폭행당하는 영상은 지난 6일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다. 2분33초 분량의 영상 속 남성은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하며 여성 A씨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옆에는 두 살배기 아들이 함께 있었다. 기저귀를 찬 아들은 ‘엄마’를 부르며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는 남성의 폭력이 계속되자 급기야 달아나기까지 했다. 남편의 폭행이 멈추자 여성은 울부짖는 아들을 먼저 끌어안아 달랬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A씨가 남편 몰래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4일 저녁 남편의 폭행이 시작되자 탁자 위 기저귀 가방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올려놓고 동영상을 몰래 촬영했다. 폭행이 끝난 뒤 A씨는 5일 새벽 베트남 지인에게 동영상을 보냈다. 지인은 이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한국 남편과 베트남 부인의 모습, 한국은 정말 미쳤다”는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은 해당 영상의 폭력성이 심하다는 이유로 삭제했지만 네티즌들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나르면서 확산됐다.

전남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지난 6일 오후 8시 특수상해 및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영상 속 남성인 김모(36)씨를 긴급 체포해 다음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4일 오후 9시쯤 전남 영암군 자신의 집에서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베트남 출신의 아내 A씨(30)를 3시간 동안 무차별 폭행했다. 주먹과 발, 소주병 등으로 폭행당한 A씨는 갈비뼈 등이 골절돼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2015년 1년 정도 교제를 하다 임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임신 후 베트남으로 돌아가 아들을 출산한 뒤 혼자 돌보다 지난 5월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달 19일 입국해 영암군의 원룸에서 아들과 함께 결혼생활을 시작했으며 그때부터 남편에게 욕설과 폭력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