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를 노려라…‘오뚜기 케첩·옴므’ 셔츠 등 이종협업 활짝

입력 2019-07-07 17:34 수정 2019-07-07 17:47

한 패션브랜드가 자사가 애써 만든 셔츠에 케첩 회사 로고를 새겼다. 바닥이 말랑말랑한 신상 신발을 판매하는 신발업체 제과업체와 손잡고 소비자에게 신발 모양의 젤리를 만들었다.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컸던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다. 하지만 최근 유통업계에는 이처럼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브랜드끼리 협업하는 일이 흔하다. 재미와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를 겨냥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기업 한섬은 오뚜기와 협업해 만든 ‘시스템옴므X오뚜기’ 한정판 의류 9종(티셔츠 7종, 셔츠 2종)을 온라인몰 ‘더한섬닷컴’에서 선보인다고 7일 밝혔다. 한섬이 유명 아티스트가 아닌 일반 기업과 협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뚜기 CI(오뚜기 모양의 외형과 미소짓는 어린이의 얼굴)’와 ‘영문명(OTTOGI)’은 물론, ‘3분 짜장’ ‘3분 카레’ ‘토마토 케첩’ 등 오뚜기 대표 제품을 디자인 소재로 활용했다.

고가 의류를 판매하는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가 식품업체와 협업하기는 쉽지 않다.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선호하는 충성고객들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국내에서 식품업체와 협업한 패션업체는 대부분 스포츠·캐주얼 브랜드였다. 한섬 관계자는 “식품업계와 협업을 진행하는 것은 자칫 기존 마니아 고객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도 “재미와 개성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세대 고객을 늘리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오뚜기가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며 ‘갓뚜기(God+오뚜기)’란 별칭을 얻을 만큼 젊은 층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점도 이번 협업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줬다. 오뚜기도 이번 협업을 통해 기존 간편식 제품(3분 짜장, 3분 카레)을 차별화한 ‘3분 짜장옴므’와 ‘3분 카레옴므’를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한섬도 한정판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을 거들었다.


이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브랜드가 힘을 합쳐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일은 점점 잦아지고 있다. 휠라 키즈는 지난달 롯데제과와 손잡고 휠라 꾸미 젤리를 선보였다. 휠라의 인기 아동용 운동화 ‘휠라 꾸미 슈즈’를 본뜬 젤리 10만개를 제작해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증정했다. CU는 대한제분의 대표 상품인 곰표 밀가루와 힘을 합쳐 팝콘을 내놨다. 상품 패키지에 올해 67주년을 맞는 곰표 밀가루의 복고풍 서체와 마스코트인 백곰 디자인이 재현됐다.

세계적으로도 협업의 조건은 점점 자유로워지고 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베트멍은 2016년 글로벌 배송업체 ‘DHL’의 로고를 새긴 셔츠를 판매했다. 노란 배경에 DHL 로고가 박힌 셔츠를 입으면 영락없는 DHL 택배 직원의 모습이 됐다. 베트멍의 시도는 당시 주로 유명 아티스트들과만 협업하던 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베트멍은 올해는 맥도널드 로고가 새겨진 옷을 내놓기도 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