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골’도 ‘빅3’도 없다...이제는 ‘듀오들’의 시대

입력 2019-07-07 16:05
6일(한국시간) LA 클리퍼스에 동시 합류한 토론토 랩터스 시절의 카와이 레너드(왼쪽)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시절의 폴 조지. AP뉴시스

‘빅3’의 시대는 가고 다수 팀에 슈퍼스타 두 명이 모여 우승을 노리는 ‘빅2’의 시대가 본격 시작됐다. 한때 ‘어우골(어차피 우승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이라는 말이 나오던 미국프로농구(NBA)는 이제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은 춘추전국시대 양상을 띠게 됐다.

이런 흐름을 만든 선수는 2019 NBA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카와이 레너드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가진 레너드는 6일(한국시간) 4년 1억 4200만 달러의 조건으로 LA 클리퍼스를 택했다. 레너드를 품에 안은 클리퍼스는 곧바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폴 조지를 유망주와 다수의 지명권이 포함된 트레이드로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클리퍼스의 조지 영입에는 레너드의 의사가 크게 반영됐다고 알려졌다.

LA 레이커스가 일편단심으로 레너드를 노렸지만 레너드는 이를 거부했다. 만약 레너드가 레이커스를 선택했다면 기존 르브론 제임스와 앤서니 데이비스와 함께 리그 최강의 빅3를 구성했겠지만 레너드는 오히려 레이커스에 대항할 빅2를 만들었다. 직전 시즌 올NBA 퍼스트팀 멤버인 조지와 세컨드팀 멤버 레너드가 한 팀에 모이면서 클리퍼스는 단숨에 우승후보로 올라섰다.

2019-2020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빅2를 형성한 팀은 클리퍼스 뿐만이 아니다. 레너드 영입에는 실패했지만 레이커스는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슈퍼스타 듀오를 보유한 팀이다. 직전 시즌 젊은 선수들과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한 제임스의 레이커스는 팀의 주축 유망주 선수들과 지명권을 뉴올리언즈 펠리컨스에 넘기고 데이비스를 받았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결장했지만 아직도 전성기 못잖은 기량을 발휘하는 제임스와 그의 날카로운 패스를 많은 득점으로 연결할 역량이 있는 NBA 최고의 빅맨 데이비스는 높은 시너지를 발휘할 전망이다.

긴 리빌딩을 거치고 직전 시즌 힘겹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브루클린 네츠도 초대형 FA 두 명을 영입하며 환골탈태했다. 골든스테이트에서 뛴 3년간 두 번의 챔프전 MVP를 차지한 케빈 듀란트와 포인트가드들 중 공격력으로는 리그 둘째가라면 서러운 카이리 어빙이 동시에 합류했다. 듀란트가 부상으로 장기간 경기에 출전할 수 없지만 브루클린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동부 콘퍼런스에 소속된 만큼 어빙 혼자의 힘으로도 팀을 플레이오프권에 올려놓을 수 있다. 듀란트가 합류하는 순간 브루클린은 곧바로 다크호스가 된다.

듀란트를 잃은 골든스테이트도 브루클린의 에이스 디안젤로 러셀이 사인앤트레이드로 입단함에 따라 전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팀과 재계약한 클레이 톰슨이 당분간 수술로 결장하지만 사상 최고의 3점슈터 스테픈 커리를 보유한 만큼 러셀이 있으면 골든스테이트는 리그 최상급 백코트를 형성할 수 있다. 러셀의 무게감이 타구단 슈퍼듀오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해도 궂은 일 전담 드레이먼드 그린의 보좌가 있어 골든스테이트는 여전히 강팀이라는 평가다.

이외에도 기존의 빅클럽들이 건재하다. 크리스 미들턴이 재계약한 밀워키 벅스에서는 지난 시즌 MVP 야니스 안테토쿤포가 칼을 갈고 있다. 득점왕 제임스 하든, 크리스 폴의 휴스턴 로키츠는 전력을 거의 보존했다. 에이스 데미언 릴라드와 C.J. 맥컬럼 듀오에 센터 하산 화이트사이드를 영입한 정규시즌의 강자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도 무시할 수 없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