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무역분쟁에 대처하는 법… 인프라·부동산개발 투자 확대

입력 2019-07-07 15:07 수정 2019-07-07 15:24
인프라 중심 투자 확대는 잠재리스크로 작용

올 들어 인프라와 부동산 개발 투자를 중심으로 중국의 고정자산투자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제조업 투자 증가세는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투자 부진이 지속되면 대중(對中) 무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의 중간재 수출 실적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조사국 중국경제팀 이정기 과장 등은 7일 공개된 한은 해외경제동향 보고서 ‘해외경제포커스’에서 2010년 이후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한 중국의 고정자산투자가 올 들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고 진단했다. 올해 1~5월 중국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5.6%다. 지난해 1~5월 증가율 5.9%보다 0.3% 포인트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소매판매 증가율이 9.0%에서 8.1%로 0.9% 포인트가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 둔화 강도가 약하다는 게 조사팀의 판단이다.


중국의 투자 재개 움직임은 인프라와 부동산 개발 등 제조업 이외 투자 증가세 확대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프라와 부동산 개발이 중국 고정자산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기준 각각 22.2%와 22.1%였다.

인프라 투자는 최근 2~3년간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완만하게 반등하는 모습이다. 부문별로 도시 공공시설과 서비스 관련 투자가 부진을 이어가는 반면 철도, 고속도로 등 대규모 운송 인프라 투자가 크게 확대됐다.

부동산 개발 투자는 지난 5월 10.9% 늘며 2015년 2월(11.3%)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회복했다. 토지구매와 건설투자를 포함하는 중국의 부동산개발 투자는 낙후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재개발 수요가 높아지면서 견고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조사팀은 설명했다.

중국은 2009년부터 주택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판자촌 재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3년부터는 재개발 대상 주민에게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사업 규모를 확대했다. 지난해부터는 건축물 시공면적이 크게 늘어나 토지구매와 건설투자 모두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건축물 시공면적 증가율은 2017년 3.0%, 2018년 5.2%, 올해 1~5월 8.8%로 매년 크게 확대됐다.

중국의 고정자산투자 회복세를 더디게 만드는 건 제조업 투자 부진이다. 고정자산투자에서 가장 큰 30% 가량을 차지하는 제조업 투자는 올 들어 증가율이 크게 하락했다. 지난 5월 증가율은 2.7%로 지난해 5월(9.5%)의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컴퓨터·통신기기, 전자기기 등의 실적 악화가 뚜렷하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수출 부진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이다. 화학, 연료, 비금속광물, 제철 등 주로 원재료를 중간재로 가공하는 과잉설비업종은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인프라 투자가 회복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 등 대외 조건이 악화하자 정책 파급 효과가 빠른 인프라 투자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 등 중장기 사업을 위한 특수목적용 채권의 연간 발행한도를 지난해 1조3500억 위안(229조8645억원)에서 올해 2조1500억 위안(366조805억원)으로 약 60% 늘리고 채권 발행 시기는 5월에서 1월로 당겼다.

부동산 투자 부문에서는 민간의 거래 활성화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우호적인 투자 여건 조성에 애쓰고 있다. 샤먼, 푸저우, 광저우 등 12개 도시의 주택판매 제한조치를 지난 4월 재연장 없이 종료했고, 중소도시의 호적등록 제한을 없애거나 완화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하방압력이 커지면 호적제도 개선 등 추가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사팀은 “제조업 투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협상타결을 통해 분쟁 이전 상황으로 완전히 복귀되지 않는 이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첨단 분야 외국인투자 유치에 장기간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상위단계로 발전해가려는 중국의 중장기 성장전략에도 차질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조사팀은 인프라 중심의 투자 확대 정책이 비효율적 자원배분과 부채비율 상승 등 중국경제의 잠재리스크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인프라 투자 중심 단기성장전략은 철강 등 건설자재 관련 우리기업의 수출 증가에 기여하겠지만 제조업 투자 및 생산 회복이 장기간 지연되면 대중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관련 중간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