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연상시킨 日언론통제… 아베 “바른 인식 가져라” 꾸짖기도

입력 2019-07-07 14:42

아베 신조(安倍晋三) 집권기의 일본 언론 환경이 ‘권위주의 국가(authoritarian regimes)’를 떠올린다는 혹평이 나왔다. 아베 정권이 들어선 후 언론자유지수는 급전직하했고, 최근 경제보복 사태에서도 자국 언론을 향해 “바른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일본 내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5일(현지시간) “일본은 헌법에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현대 민주국가임에도 권위주의 정권을 방불케 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일부 기자들의 기자회견 접근을 막거나 정치인과 언론사 간부의 사교관계를 이용해 기자들을 줄세운다”고 분석했다.

NYT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말을 자르거나 비난한 사례를 소개했다. 모치즈키 이소코 도쿄신문 기자가 북한 관련을 질문을 하자 스가 장관은 “나는 당신의 질문에 일일이 답할 필요가 없다”고 한 뒤 연단에서 퇴장했다. 이후 스가 장관은 ‘부적절한 질문을 반복한다’며 모치즈키 기자를 기자회견에 보내지 말라고 도쿄신문에 요구했고, 일본 언론계는 반발했다.

NYT는 ‘기자클럽(기자단)’ 제도를 이 같은 상황의 배경으로 꼽았다. 기자들이 기자단에서 배제되는 등 정보에 접근하는 특권을 잃어버릴까봐 당국과의 대립을 피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 5월 일본 도쿄 인근 가와사키시에서 출근길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으로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경찰은 기자단이 아닌 기자들에게는 브리핑 참석을 금지했다.

일본 언론도 자국의 미디어 환경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6일 “일본 정부의 미디어 대응에 해외의 시선이 나빠지고 있다”며 “데이비드 케이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6월 일본 언론이 정부 당국자의 압력으로 독립성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모치즈키 기자가 속한 도쿄신문은 지난 2월 특별전문사설에서 “권력은 언론인들의 질문을 저해하거나 규제 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지난 3월에는 언론인 600명이 스가 장관 등 일본 정부의 언론대응에 대한 항의집회를 열고 “진실을 위한 싸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일본의 언론자유 수준은 2012년 제2차 아베 정권 출범 후 급격히 하락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 평가에서 일본은 2011년 32위였지만 2017년 72위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와 올해는 소폭 상승해 67위였다. 일본은 ‘문제 있는(주황색)’ 나라로 분류됐다. 한국은 41위로 ‘양호한(노란색)’ 나라였다.

아베 총리는 최근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비판하는 자국에 “바른 인식을 가지기 바란다”라고 꾸짖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언론이) 잘못 보도하고 있는 점이 있는데 금수(조치)가 아니다”라며 “지금까지의 우대초지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