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겨운인플루언서 “포스팅하려면 2배 값 내라” 美 아이스크림 사장의 반격

입력 2019-07-07 14:35
조이 니치가 SNS에 올린 사진

“배우랑 스태프들에게 아이스크림 협찬 가능한가요? 제가 가게 앞에서 사진 찍어서 SNS에 올려드릴게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아이스크림 트럭을 운영하는 조이 니치는 최근 공짜 아이스크림을 달라는 인플루언서를 한 트럭 마주했다. 배우의 매니저가 찾아와 촬영진에게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달라고 하는가 하면, SNS에 가게 홍보를 해줄 테니 아이스크림을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다.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뜻한다. 파워블로거, 수십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리는 SNS 이용자, 1인 방송 진행자 등을 통칭한다. 연예인과 일반인의 경계에 서 있는 인플루언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사용자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플루언서들이 공짜 아이스크림을 요구할 때마다 니치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요구가 과해지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이건 4달러(한화 약 4600원)다”라며 반격했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등록금 대신 연예인 사진을 받아줄지 의문이다”라며 비꼬기도 했다.

그럼에도 공짜 음식을 달라는 인플루언서는 줄지 않았다. 이들은 SNS에 예쁜 아이스크림 사진과 함께 브랜드명을 게재하면 장사가 더 잘 될 것이라며 니치를 부추겼다.

조이 니치가 SNS에 올린 사진. '인플루언서는 2배 값을 지불하라'고 적혀있다.

인플루언서들에게 지친 그는 결국 아이스크림 트럭에 문구를 하나 내걸었다. “인플루언서는 2배 값을 지불하라”는 글이었다. 공짜 아이스크림을 달라는 사람은 4달러가 아닌 8달러를 내야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는 경고였다.

한 고객은 인플루언서를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이 문구를 찍어 SNS에 올렸다. ‘역겨운 인플루언서(InfluencersAreGross)’라는 해시태그(#)와 함께였다. 그렇게 니치의 ‘안티 인플루언서’ 운동은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니치는 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안티 인플루언서 운동을 하는 인플루언서들”이라며 “이상하지만 재밌기도 하다. 작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자존심을 지키고 그런 사람들(인플루언서)에게 당당하게 가버리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인스타그램에 'AD(광고)'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증가하면서 협찬을 받고 글을 올릴 때 'AD'라는 해시태그(#)를 붙이는 인플루언서들이 늘고 있다.

일부 브랜드와 비즈니스는 최근 들어 SNS 스타들에게 의존해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SNS 사용자에게 자연스럽게 제품을 홍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명 배우를 모델로 쓰는 것보다 더 저렴한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운영진들은 인플루언서들에게 공짜로 제품을 나눠주거나 공짜 호텔 투숙권을 주면서 SNS에 리뷰를 써달라고 한다.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서 해당 비즈니스에 대한 좋은 리뷰가 퍼지게 한다. 공짜 서비스뿐 아니라 돈까지 덤으로 받는 셈이다. 자신이 작성한 리뷰가 유명해지면 SNS 팔로워 수도 덩달아 늘어난다. 유명 인플루언서의 경우 인스타그램 광고 게시물 한 개 당 수천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니치는 광고의 중요성은 인지하지만 파는 제품을 공짜로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니치는 “이건 돈을 버는 비즈니스고, 내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좋아요, 댓글, 팔로워 수가 아닌 좋은 음식과 서비스 때문에 내 가게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NS로 비즈니스가 번창하는 건 좋지만 그런 플랫폼에 의지하고 싶지 않다”며 “인스타그램이 내일 사라지더라도 내 트럭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