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文 면전에서 ‘남북경협 재개’ 신중론…사실상 반대

입력 2019-07-07 14:29 수정 2019-07-07 14: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면전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더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남북 경제협력사업 재개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사실상의 반대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7일 한·미·일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두 대통령의 대화 내용을 보도했다. 두 정상은 지난달 29~30일 서울에서 한·미 정상회동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당시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영변 핵시설 완전 폐기도 충분히 큰 의미가 있다. 북측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면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경제협력사업을 용인하길 바란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변 핵 시설과 관련해 “진정성 있게 완전 폐기된다면 그것은 북한의 실질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의 입구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 남북 경협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더 확실히 이행돼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제재를 완화하기 전에 북한 비핵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미 행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부각한 동시에 한국 정부의 남북 경협 재개 의사에 사실상 반대를 표명한 것이다.

다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의 대북 강경 기조에서 한 발 물러나 핵 폐기보다 낮은 수준인 ‘핵 동결’로 목표를 재조정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만큼 남북 경협 등의 영역에서 제재 완화를 수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 뉴욕타임스는 지난 1일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으로부터 영변 핵 시설 폐기 이상의 것을 받아내는 조건으로 북한이 더이상 새로운 핵 물질을 생산하지 못하고 사실상 동결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완전 핵 폐기보다는 낮은 수준의 핵 동결을 인정함으로써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 무기를 암묵적으로 인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