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휴전에도 여전한 미·중 불신… 미 의회, 미군의 중국산 드론 도입 금지 추진

입력 2019-07-07 12:54

미·중 무역전쟁은 잠시 휴전을 맞았지만 서로를 향한 전략적 불신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미 연방의회는 미군이 중국산 드론을 도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산 드론이 민감한 군사정보를 빼돌려 중국 정부나 외국 해커에게 넘길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고전하던 미국 드론 제조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미 상원은 중국산 드론의 군사적 이용을 막는 내용을 담은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법안을 통과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서 중국산 드론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핵심 기반시설이 위기에 노출될지도 모른다는 미국 관리들의 우려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이 관리들은 드론이 수집한 정보가 중국 정부나 해커에게 넘어가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미 하원 역시 비슷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이달 안에 표결에 부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동일한 내용의 법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 뒤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야 법률로 제정된다. 상원에서 법안 통과를 주도한 크리스 머피 민주당 의원은 “중국산 드론은 국가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과 국가안보를 최우선 순위로 놓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현재 미군은 중국산 드론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미군은 감시와 훈련 등 목적을 위해 소형 드론을 운용하고 있으며 장거리 비행과 복잡한 임무 수행이 가능한 수백만 달러짜리 드론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미 국방부는 중국산 드론의 안보 위협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민수용 중국산 드론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러면서도 국방부는 단위부대가 중국산 드론 도입을 원할 경우 예외를 요청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이 배치돼 있는 매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는 지난달 26일 연방조달 사이트에 게재한 공시에서 중국 업체 SZ DJI 테크놀로지 제품 수십 대를 감시 목적으로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드론 업체인 DJI는 2017년 국토안보부가 “미국의 민감 정보를 수집하고 악용하기 위해 정부와 일부 사기업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평가한 기업이다.

DJI 측은 정보 유출 우려는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DJI는 자사 제품 중 일부는 데이터를 제조사나 인터넷에 전송하지 못하도록 막는 기능이 있다고 박혔다. 또 중국 정부에서 데이터를 넘겨달라는 요청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DJI 제품이 미 내무부의 보안 기준을 통과했다는 사실도 함께 강조했다. DJI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캘리포니아주 세리토스에 드론 조립 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군이 도입한 DJI 드론이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DJI 측은 자사 제품이 대리점을 통해 판매됐기 때문에 미군으로 넘어간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뉴욕 바드칼리지 드론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군이 지난해 소형 드론 구매에 들인 예산은 약 2억8800만 달러(약 3374억원)다. 소형 드론 3000여대를 구입할 수 있는 액수로, 전년의 8900만 달러(약 1043억원)에서 세 배 넘게 증가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