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일본이 규제 분야를 금융으로 확대하더라도 “국내 시장에 영향이 없다”고 자신했다. 최 위원장은 5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이 안정돼 있어 일본이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데서 빌릴 수 있다”며 “(제재의)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만 하더라도 당시 국내 금융기관들이 신규차입과 기존 차입에 대한 만기연장도 어려웠지만 현재는 금융기관 신인도 등 여러 지표를 고려했을 때 일본의 규제가 가해져도 ‘돈줄’이 막힐 우려는 없다는 뜻이다. 대출뿐만 아니라 “채권·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금 회수도 큰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확장적 재정정책도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통화정책의 한계가 뚜렷하다”며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이 공식으로 나오지만, 현재 대출 규제 등도 있어 그대로 집값 변동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통화정책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거시경제정책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게 재정정책”이라며 “지금 재정여력이 있을 때 돈을 써야 직접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돈을) 투자로만 쓰는 건 양극화 문제에 대한 복지 지출을 도외시하고 간다는 것인데 절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2주년을 앞둔 최 위원장은 최근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정치권에서는 총선 출마설도 나온다. 그는 “개각 대상에 포함될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있는 동안 해야 할 일에 집중할 것이다. 평소 국회의원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을 하려면 내 고향(강릉)에서 해야지 (비례대표 출마는) 절대 일어날 일 없다”고 해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다음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아시아나 매각 공고가 이달 중으로 나올 예정인데 금호 쪽 이익 극대화와 함께 채권단, 사회 전체 이익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주인이 될 만한 곳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아시아나 매각은 충분한 능력을 갖춘 원매자가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원매자가 있을지는 저희도 알지 못한다. 주관사나 매각인 금호에서도 아직 알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 단계 가서야 인수의사가 있는 기업에서 제대로 밝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아야 하는데 플레이어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국회에서 논의 중인 대주주 자격요건 완화에 대한 입장을 듣고싶다.
“당초 3분기에 신청을 받아 4분기에 심사를 마무리하겠다고 했는데 10월까지 기간을 늘려 신청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존에 무산된 두 개사가 또다시 신청할지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설명 듣는 과정에서 매우 주의 깊게 듣고 갔다고 알고 있다. 기존 두개사 외 다른 신청자가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대주주 자격요건 완화는 특례법 제정할 때도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것 아니냐는 논의가 법안소위에서 있었다. 양면이 다 있을 것 같다. 정보기술(IT) 대주주가 다른 사업들을 많이 하다 보니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더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공정거래법 정도는 위반해도 금융기관 대주주가 되는 데 문제 없는 거냐는 반론도 있다. 때문에 국회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적합하다.”
-정부 각 부처에서 일본 문제 때문에 고민인데 금융위에서는 일본계 자금 동향과 금융기관 움직임 작업을 하고 있는지.
“하고 있다. 앞으로 추가적으로 일본의 조치가 어떤 것이 있을 지는 확실히 모른다. 그렇지만 각 부처별로 대비 중이다.”
-우리 금융기관이 지고 있는 채무 비중은 알 수 있나.
“기억하고 있지 않다. 굳이 더 말씀드리자면 일본계 자금이 은행과 기업에 공급되는 게 있다. 최악의 경우, 롤오버 안 해주고 신규대출을 안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대처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2008년과 비교하면 지금 우리나라는 거시경제가 안정돼 있고 금융시장도 안정돼 있다. 금융기관 신인도도 높아서 일본이 돈을 빌려주지 않아도 얼마든지 다른 데서 빌릴 수 있다.”
-비례대표 출마에 대한 보도는 어떻게 생각하나.
“저를 비겁한 사람으로 몰아서 깎아내리려는 악의적인 보도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출마가 어려워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평소 국회의원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국회의원 자리는 복합적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거기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 하려면 내 고향에서 해야지 (비례대표) 나갈 일 없다.”
-은행들도 키코 분쟁과 관련해 무조건 못한다고 할 수는 없어서 고민을 하는 것 같다.
“분쟁조정은 재판과 다르게 어느 한 당사자가 전혀 원하지 않는 안을 강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양쪽이 수용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건은 재판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 어려움이 있다.”
-금융위원장을 하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게 가계부채인가.
“가계부채 안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폭으로 줄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전히 꺾어 놓겠다는 것과 경기문제도 같이 봐야 할 때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추면 가계부채가 확대되는 것 아닌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야기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가 이해 가지 않는다. 홍 부총리도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금리인하 결정은 당연히 금통위가 독립적으로 한다. 만약 금통위가 (금리를) 내린다고 결정하더라도 가계부채, 대출증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우려된다면 장치를 통한 차단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통화 정책은 한계가 있다.”
“내가 금리인하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이미 금리가 충분히 낮아져 있고 금리를 인하하면 대출을 일으켜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금리가 낮지 않아서 투자자원을 조달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 국가채무비율 30%대를 지켜서 아무것도 안 하는 걸 택할 건가. 필요한 분야에 적극적으로 재정지출하되 40% 넘길거냐는 것은 선택의 문제다.”
“복지 지출 많이 쓴다고 비판하는데 복지지출을 어느정도 해놓지 않으면 언젠가 할 수밖에 없다. 재정여력이 있을 때 최소한 해놔야 직접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양극화 문제를 복지지출 없이 가겠다는 것은 절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채무비율 40% 넘는다고? 쌀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먹지 않고 굶어 죽자는 거나 마찬가지다. 쌀을 먹고 힘내서 일해야 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