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비교적 높은 파고 등 기상조건 때문에 북한 목선을 식별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 목선이 동해에 대기 또는 입항할 때 동해의 파고는 1.5~2m였다는 군 당국 주장과 달리 당시 평균 파고는 0.2~0.5m로 잠잠했다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7일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동해 해양기상자료’에 따르면 북한 목선이 삼척항 입항 전 머무른 해상의 평균 파고는 0.2m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서 3.3㎞ 떨어진 곳에서 머무른 지난달 14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이 목선과 직선거리로 2㎞쯤 떨어진 기상청 부이(바다에 띄워 해상 기상 등을 측정하는 장비) ‘삼척’에서 측정한 값은 최대파고 0.5m, 평균파고 0.2m로 나타났다.
같은 시각 삼척항에서 직선거리로 40여㎞ 떨어진 기상청 해양기상 부이 ‘동해’에 측정된 최대파고는 1.1m, 평균파고는 0.5m에 불과했다. 정 의원 측은 “원해(遠海)에서도 당일 파고는 잔잔했다는 점이 명백하게 밝혀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기상청 부이가 북한 동력선으로부터 불과 2㎞ 남짓한 곳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군은 작전기상이 더 정확하다고 생떼를 쓰고 있다”며 “지난 3일 국방부가 발표한 ‘셀프조사’ 결과는 오히려 더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앞서 군 당국은 지난달 17일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당시 기상조건이 파고가 1.5~2m였다. 북한 선박 높이가 1.3m”라며 기상조건 때문에 북한 목선을 식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지난 3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해상작전을 하고 있는 실제 함정에서 지속적으로 1~2m(라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해당 구역을 비추는) 레이더 성능, 인접 레이더들보다 안 좋아 해면 반사파가 많았다”고 말했으며, 조강래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은 “17일 브리핑이 맞다. 기상청과 작전기상 다르다”고 답변한 바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