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공화당-서울시, 광화문 광장 천막대치 2라운드

입력 2019-07-07 12:06 수정 2019-07-07 20:00
우리공화당이 광화문 광장에 불법 천막을 또다시 설치하며 서울시와 2라운드에 돌입했다. 서울시가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불법 천막을 설치하지 말라고 여러차례 협조를 당부했는데도 계속되는 우리공화당의 행태를 두고 내년 총선을 앞둔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은 지난 6일 오후 5시45분쯤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지사 맞은편 광화문광장에 천막 4개 동을 기습 설치했다. 지난달 28일 청계광장으로 천막을 자진 이동한 지 8일 만이다.

당시 광화문광장에는 서울시 관계자들이 5∼7명 가량 있었으나 천막 설치를 막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공화당은 물리적 충돌 없이 천막 설치를 마쳤다.

서울시는 “우리공화당측에 내일 오후 6시까지 자진철거하라는 대집행계고장을 발부했고, 철거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 절차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집회시위 관리를 위해 광화문광장 인근에는 경찰도 다수 배치돼 있었지만, 경찰 역시 천막 설치를 막아서지는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광장 관리 주체는 서울시이고, 천막 설치 과정에서 재물손괴나 폭력 행위도 없어서 경찰이 개입할 수 있는 요건 자체가 없었다”며 “경찰이 천막 설치를 저지하는 것을 불법이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도 있어 경찰로서는 먼저 공권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공화당은 지난 6일 오후 1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하다 오후 3시쯤 전날 천막을 설치한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집회 장소를 옮겼다. 이어 세종문화회관 앞 집회 도중 기습적으로 광화문 광장에 천막을 설치했고, 천막이 펼쳐지자 집회 참석자들도 일제히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갔다.

우리공화당은 지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숨진 사람들에 대한 추모 등을 이유로 지난 5월 10일 광화문 광장에 천막을 세웠다.

이에 서울시는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3번 발송했고, 46일 만인 지난달 25일 강제철거에 나서 천막을 치웠다. 그러나 우리공화당은 같은 날 오후 같은 장소에 더 큰 규모로 천막을 재설치했다.

그러다 우리공화당은 사흘 뒤인 지난달 2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경호에 협조한다며 광화문광장의 천막을 청계광장으로 이동했다. 이후 지난 5일 세종문화회관 앞에도 천막을 설치한 이들은 이날 청계광장에 있던 천막 6개 동 중 4개 동을 아예 광화문 광장으로 옮겨왔다.

현재 광화문광장 일대에 우리공화당 천막은 광화문광장에 4개 동, 청계광장에 2개 동, 세종문화회관 앞에 6개 동이 있다.

우리공화당이 국회 등 합법적인 정치공간을 놔두고 광화문 광장을 고집하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소수정당으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일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우리공화당의 불법 천막 사태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하지 않는 명분(탄핵반대)으로 시민들의 열린 공간인 광화문 광장을 정치 선전장으로 악용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우리공화당이 청계광장에 설치한 천막에서 60대 남성이 커터칼을 꺼내 당원을 위협했다는 112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과 우리공화당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3분쯤 청계광장 우리공화당 천막에서 성명 불상의 60대 남성이 여성 당원 A씨를 커터칼로 위협했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A씨(58)는 피해자 진술에서 “한 남성이 천막에 들어와 ‘천막이 합법적이냐’라며 욕을 하다 나갔고, 5분 뒤 다시 천막에 찾아와 커터칼을 꺼내 들이대면서 ‘너를 찔러줄게’라며 위협했다”고 전했다. 당시 다른 당원이 천막으로 오자 해당 남성은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