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도 무역전쟁 타깃…미 상원 ‘미군, 중국산 드론 사용 금지’ 법안 통과

입력 2019-07-07 11:51 수정 2019-07-07 12:22
AP뉴시스

미국 의회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미군에서 중국산 드론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미 의회의 이런 움직임은 향후 군대 뿐 아니라 미국의 각 주, 경찰, 건설·교통·에너지 분야 기관과 기업들의 드론 사용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미국과 캐나다 드론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중국산 드론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미국 상원은 지난달 27일 중국산 드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전했다.

미 하원도 외국산 드론의 군 사용 금지를 담은 국방수권법을 이달 말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중국산 드론 금지’는 상·하원을 통과하면 대통령 서명을 거쳐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미 의회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산 드론이 수집한 정보가 중국 정부 등의 수중에 들어가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크리스 머피 상원 의원은 “중국산 드론은 국가안보에 큰 위협을 제기한다”며 “우리는 국내 제조업자들의 일자리와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소속의 마이클 갤러거 하원 의원은 중국산 드론의 미군 사용 금지가 각 주, 기관, 경찰, 건설·교통·에너지 기업들의 드론 사용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미국 정부는 중국산 드론이 민감한 항공정보를 중국 내 제조사에 보내고, 중국 정부도 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보 유출 우려를 경고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 사이버안보·기간시설 안보국(CISA)은 지난 5월 “정보기관이 (기업의) 정보에 제한 없이 접근하도록 허용하는 권위주의 국가로 미국의 정보를 가져가는 모든 기술 제품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드론이 잠재적인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CISA는 드론이 사용자 정보를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제조사 외부 서버에 공유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정부는 제조사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 업체를 겨냥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용되는 드론의 약 80%가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DJI 제품이라고 CNN은 전했다.

CISA는 중국에서 무인항공시스템 기술을 사용해 만든 제품을 살 때는 드론의 인터넷 장비를 끄거나 SD 카드를 제거하는 등 정보 유출을 막는 예방조치를 취하라고 소비자에게 권고했다. 또 “국가 안보에 영향을 주거나 국가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은 소유자의 정보를 탈취당하거나 스파이 행위의 대상이 될 우려가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미 육군은 2017년에 DJI가 중요한 기반시설이나 법 집행 정보를 중국 정부와 공유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DJI 드론의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고, 미 국방부는 지난해 군사시설 감시 등에 사용되는 중국산 드론 구매를 일시 중단시키는 등 과거에도 미국 내에서 중국산 드론에 대한 우려는 계속 제기돼왔다.

하지만 미 공군은 최근 기지 감시용으로 중국 DJI의 드론 여러 대를 도입키로 하는 등 중국산 드론은 뛰어난 가성비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군수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동 각국에서 벌어지는 내전에서도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의 정부군과 반군이 모두 중국산 드론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