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 부장 A씨는 부원들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수시로 지시를 내린다. 퇴근 후 늦은 밤이나 출근 전 새벽에 “지난달 실적 보고서 ○일까지 제출하라”거나 “이번 주 신제품 고객 반응 체크하라” 등의 업무 관련 사항이다. 하지만 앞으로 A씨가 이런 식으로 업무 지시를 계속할 경우 오는 16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 일명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라 제지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신고한 직원에게 해고 등 인사 상 불이익을 줄 경우에는 실형을 받을 수도 있다. 법안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만 20~64세 남녀 1500명 중 73.7%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은 심각하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1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을 명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공포함에 따라 각 사업장은 16일 이전까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방안 마련 등을 위해 취업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경우 회사는 즉시 이를 조사하고 피해 직원의 희망에 따라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하였음을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처우를 할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한다.
대다수 대기업은 이 법 시행에 대비한 준비 작업을 마무리했다. 실제로 시행될 경우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긴장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 계열사들은 관련 모두 취업규칙 변경 등의 절차를 마쳤거나 막판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7일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하고, 인사 및 징계 규정에도 이를 반영했다. 현대차도 노동조합과와의 협의를 바탕으로 취업규칙을 개정했다. LG전자는 지난 4월부터 일찌감치 각 교육과 홍보 캠페인을 진행했다. 롯데지주는 지난달 28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기업에서는 일부 부작용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내 소통 단절, 허위 신고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직장내 괴롭힘’을 판단하는 기준을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다툼의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