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아 나무 조각상 건립… “허수아비인가, 난해하다”

입력 2019-07-07 10:55
슬로베니아 세브니카에 들어선 멜라니아 트럼프의 나무 조각상. AFP 연합뉴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나무 조각상이 멜라니아의 고향인 슬로베니아 세브니카에 들어섰다.

5일(현지시간) 세브니카 교외에서 멜라니아 여사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관광객들은 근처에 모여들어 나무 기둥 위에 자리한 조각상을 구경했다.

제작된 동상은 멜라니아 여사의 실물 크기와 비슷했다. 다만 실물을 재현한 동상이 아닌, 추상화한 형상이었다.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긴 머리를 늘어트린 여성의 모습이었다. 동상의 얼굴에 눈코입이 그려져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멜라니아임을 알아보기는 어려웠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당시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멜라니아 트럼프. gettyimages

동상을 제작한 미국의 예술가 브래드 다우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때 멜라니아가 보여준 모습을 나무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식 당시 멜라니아 여사는 하늘색 원피스와 하늘색 장갑을 착용하고 대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우니는 현지 기계톱 기술자 알레스 주페브치에 의뢰해 보리수나무 목재를 깎아 조각상을 만들었다.

조각상의 모습에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술 전공자인 마을 주민 니카는 “만약 제작자가 패러디 또는 조롱을 바랐다면 성공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멜라니아 조각상이 아니라 허수아비 같다”고 평했다. BBC는 일부 주민들이 “굴욕” “스머프 여자친구” “멜라니아와 닮은 구석이 전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멜라니아 여사 나무 조각상. AFP 연합뉴스

동상을 반기는 주민도 있었다. 카타리나(66)는 AFP통신에 “동상을 세운 일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멜라니아는 슬로베니아의 영웅이다. 그녀는 미국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다우니는 로이터통신에 “미국의 정치적 환경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며 동상 제작 이유를 밝혔다. 조각상은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서 다음 달 말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회 큐레이터 자니 피마트는 “이 전시회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만한 흥미 있는 행사”라며 “어떻든 간에 공중에서 떠돌고 있는 세간의 화제를 주제로 삼았다는 점이 그렇다”고 말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슬로베니아에서 상반된 반응을 일으켜왔다. 일부는 감탄하고 선망했지만, 일부는 멜라니아가 조국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실제 멜라니아 여사는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공식적으로 슬로베니아를 방문한 적이 없다.

멜라니아 여사 조각상 제작 과정. 브래드 다우니 SNS 캡처

멜라니아 여사 조각상 제작 과정. 브래드 다우니 SNS 캡처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