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성이 남편에게 폭행당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지며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연구조사결과도 국내 결혼이주여성들이 심각한 가정폭력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국내 결혼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2017년 7월부터 8월에 진행한 외부 연구용역 보고서 ‘결혼이주민의 안정적 체류 보장을 위한 실태조사’를 공개했다.
연구 결과는 가정폭력이 이주여성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주여성 920명 중 387명(42.1%)이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가 2016년 조사한 우리나라 국적을 가진 기혼 여성이 경험한 가정폭력 비율(12.1%)의 3.5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주여성들이 경험한 폭력의 유형도 다양했다. 심리언어적 학대를 당한 이주여성의 비율이 높았다. 가정폭력을 경험한 387명 중 314명(81.1%)이 심한 욕설을 들었다. 배우자가 자신의 부모님과 모국을 모욕했다고 응답한 이주여성도 387명 중 102명(26.4%)에 달했다.
성적 학대를 경험한 이주여성의 비율도 높았다. 성행위를 강요당한 이주여성은 387명 중 108명(27.9%)이었다. 387명 중 60명(15.5%)은 성추행 또는 강간을 당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한국식 생활방식 강요(41.1%), 생활비 지급 단절(33.3%), 본국 방문 및 본국 송금 방해(26.9%), 외출 방해(25.6%) 같은 가정폭력 유형이 뒤를 이었다. 가정폭력 유형 중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한 감금도 387명 중 46명(11.9%)이 경험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가정폭력을 경험한 이주여성 중 140명은 외부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140명 중 35명(25.0%)은 가정폭력을 경험한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게 창피하다는 이유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외부기관을 향한 이주여성들의 불신도 높았다. 140명 중 29명(20.7%)가 아무 효과도 없을 것 같다는 항목을 선택했다.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지 몰랐다’에도 140명 중 29명(20.7%)이 응답했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