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근, 대만계 美 여성과 재혼?…재산 빼돌리려 ‘위장 이혼’”

입력 2019-07-07 09:50
도피 생활 중 해외에서 붙잡힌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 씨가 지난달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뉴시스

해외 도피 21년 만에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54)씨가 빼돌린 재산을 숨기려고 전 부인과 ‘위장 이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채널A는 검찰이 정씨와 전 부인 임모씨의 결별을 위장 이혼으로 보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정씨는 2011년 대만계 미국인 여성과 재혼해 결혼생활을 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검찰에 주장했지만, 검찰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 중이라는 것이다.

정 전 회장이 에콰도르에서 호화 도피 생활을 하는 동안 간병인 역할을 맡았던 A씨도 정씨가 매년 한두 달씩 임씨와 자녀가 있는 곳에 머물렀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임씨가 정씨와 정 전 회장이 함께 머물던 에콰도르 과야킬로 ‘인삼차’ ‘달력’ 등을 여러 차례 보낸 사실도 포착됐다고 전했다. 검찰은 정씨가 3000억원대 체납세금 추징을 막으려고 재산을 임씨에게 넘긴 뒤 위장 이혼한 것으로 판단, 은닉재산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의 회사자금 약 322억원을 스위스 차명 계좌를 통해 횡령하고 재산을 국외에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국세 253억원도 체납한 상태다.

정씨는 1998년 6월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잠적했고,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하자 2008년 9월 정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정씨는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의 추적 끝에 파나마에서 검거돼 지난달 22일 국내로 송환됐다. 정씨에 대한 첫 재판은 18일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정씨가 장기간 도피 과정에서 신분 세탁, 재산 은닉 등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 정황이 확인될 경우 추가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정씨와 함께 도피 생활을 이어온 정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1일 에콰도르에서 숨진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정 전 회장은 사망 전 150여쪽 분량의 유고를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