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이 외국기업에 대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돌려받지 못하게 된 경우, 외국기업의 위약금 수익에 대한 세금을 원천징수해 납부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국내 부동산업체인 G사가 서울 서초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G사는 2008년 말레이시아 호텔업체 C사가 소유한 국내호텔 지분 전부를 매입하기로 하고 계약금으로 590억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G사는 잔금 지급일까지 대금을 내지 못했고 계약금 590억원은 ‘해약 시 반환받지 못하는 위약금’이 돼 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서초세무서는 2013년 G사가 C사의 위약금 수익에 대한 세금 25%를 원천징수해 납부하지 않았다며 G사에 법인세 147억5000만원을 부과했다.
G사는 “계약금을 지급했다가 반환받지 못한 것이지 위약금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고지서에 세율이 0%로 오기한 잘못이 있어 과세 처분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G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채무불이행으로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물어준 경우에도 국내법인은 법인세법에 따라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인 위약금에 대한 법인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국내법인에 원천징수의무가 없다고 해석한다면 당사자들 간 약정에 따라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법인세 징수가 불가능해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지서상 하자에 대해서도 “명시된 산출세액과 과세표준액에 따라 세율 0%가 명백히 오기임을 알 수 있었다”고 일축했다.
앞서 1심은 대법원 취지와 같이 “이 사건에서 국내법인은 위약금을 지급한 자에 해당하고 이에 대한 원천징수 의무를 부담한다”며 법인세 부과가 적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당초 지급한 계약금이 위약금으로 대체된 경우는 위약금을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과세 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