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는 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벨기에 브뤼셀을, 10∼11일 독일 베를린을 각각 방문할 계획”이라며 “비건 대표는 유럽 당국자들과 이도훈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진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가 이도훈 본부장과 비건 대표의 유럽 회동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미 국무부는 그러나 이들이 논의할 세부 주제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한·미 실무협상 수석대표들이 만날 유럽 당국자들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하지만 한·미 실무협상 대표의 유럽 회동은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로 여겨진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북·미의 물밑협상이 성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북·미가 최소한 실무협상을 유럽에서 개최한다는 부분에 대해선 잠정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실무협상 대표들이 유럽 당국자들을 만나 북·미 실무협상의 구체적인 장소와 시기, 의제들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유럽에게 비건 대표를 만나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앞두고 한·미 간 막바지 사전조율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북·미 실무협상은 이달 중 유럽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북·미 회동을 마친 뒤 “2∼3주 내 북·미 실무 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시간표를 고려하면 한·미 실무협상 대표의 유럽 회동 도중이나 직후에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일정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소는 스웨덴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이번 비건 대표의 방문지인 브뤼셀과 베를린이 급부상했다.
이번 유럽 회동에서 북한과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북·미 관계의 예측불가능성을 감안할 때 비건 대표가 유럽에서 북측 대표를 만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새로운 북측 실무협상 대표는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로 알려졌다.
북·미가 비핵화 협상에서 논의할 의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 경우 대북 인도적 지원과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 조치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다 ‘플러스 알파’를 제시할 경우 미국도 전향적인 카드로 화답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