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핵심 이념인 성리학을 보급하고 구현한 장소인 서원 9곳을 엮은 ‘한국의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세계유산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진행된 제43차 회의에서 한국의 서원을 세계유산 중 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서원은 공립학교인 향교와 달리 지방 지식인이 설립한 사립학교로, 성리학 가치에 부합하는 지식인을 양성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성리학자를 사표(師表)로 삼아 배향했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은 모두 9곳이다. 경상북도 영주 소수서원,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 대구광역시 달성 도동서원, 경상남도 함양 남계서원, 전라남도 장성 필암서원, 전라북도 정읍 무성서원, 충청남도 논산 돈암서원 등이다. 이들 모두 2009년 이전에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돼 원형을 비교적 잘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병산서원과 옥산서원은 2010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역사마을:하회와 양동’에도 포함돼 세계유산 2관왕이 됐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서원에 대해 “오늘날까지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지속하는 한국 성리학과 관련된 문화적 전통 증거이자, 성리학 개념이 한국 여건에 맞게 변화하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국의 서원은 2011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문화재청은 2015년 1월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유네스코세계유산 등재를 심사하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MOS)의 ‘반려’ 의견에 따라 2016년 4월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이후 비슷한 국내외 유산들과 비교 연구하고, 연속 유산으로서 서원 9곳의 논리를 강화해 지난해 1월 보완된 등재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국의 서원까지 세계유산을 모두 14곳 보유하고 있다.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1995년), 창덕궁과 화성(1997년), 경주 역사유적지구와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2000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년), 조선왕릉(2009년),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2010년), 남한산성(2014년), 백제역사 유적지구(2015년), 한국의 산지승원 산사(2018년) 등이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조선시대 사회 전반에 널리 보편화됐던 성리학의 지역적 전파에 이바지한 점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인정했다”며 “새롭게 등재된 세계유산 보호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지방 정부와 적극 협력해 해당 유산의 통합 보존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