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만간 일본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이 부회장의 일정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핵심소재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만큼 관련 삼성 측이 사태를 전면에 드러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복수의 정·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최근 김기남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경영진과 수원 본사에서 대책을 논의한 데 이어 일본 출장 계획까지 의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출장은 최근 일본의 일부 소재 수출 규제에 따른 영향이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인맥을 활용해 최근의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해보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최소 두 차례 일본을 방문했고 올 5월엔 도쿄에서 현지 양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NTT도코모, KDDI 경영진을 만났다. 일본 재계 인맥이 두터운 편이다.
삼성전자는 일본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공식화한 지난 1일 곧바로 일본에 구매팀을 파견해 물량을 확보하거나 대만 등 인접 국가에 위치한 일본 업체를 방문해 소재공급 협의를 논의했었다. 그러나 국내 업계들은 반도체 소재 공급에서 일본과의 사업 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관련 사태가 전면에 드러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당초 이 부회장의 일본 방문 계획은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는 후문이 있다.
그러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5대 그룹 총수 회동 일정이 조율되는 과정에서 정치권에 알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측은 “이 부회장의 일정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가 수출 절차를 강화한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일본 의존도가 큰 소재다. 소재 품질이 중요한 만큼 대체 공급처를 구하더라도 수출 저하 등에 따른 수익성 훼손이나 심각할 경우 생산 중단까지 각오해야 한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소재 공급이 되지 않아 생산라인을 하루만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약 1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주 주요 그룹 총수들과 간담회를 검토하고 있고 김 실장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비슷한 일정을 추진 중이어서 막판 변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