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상대로 15분을 버텨라”

입력 2019-07-08 08:00

‘일반 유저가 스타크래프트로 이영호와 붙어 15분을 버틸 수 있을까?’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 주제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한쪽은 ‘다른 선수도 아닌 이영호를 상대로 일반 스타크래프트 유저가 15분을 버티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대쪽에서는 ‘이기는 게 아닌 단순 버티기가 목적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맞섰다. 6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릴 만큼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 얘기가 이영호의 귀에도 들어갔다. 이영호는 5일 자신의 아프리카TV 개인방송 홈페이지를 통해 “15분도 필요 없다”며 용감한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영호 상대로 15분 버티기(15분 챌린지)’가 이렇게 성사됐다.

첫 번째 도전자는 래더 점수 1900점의 프로토스였다. 이영호가 10분35초 만에 도전자의 본진을 헤집었다. 아프리카TV 방송화면 갈무리

5일 저녁 이영호의 개인방송을 통해 15분 챌린지가 시작됐다. 첫 상대는 래더 점수 1900점의 프로토스 고수였다. 반전은 없었다. 벌처와 시즈 탱크를 뚝딱뚝딱 생산해낸 이영호가 금세 상대 앞마당에 당도했다. 첫 번째 도전자가 10분35초 만에 ‘GG(Good Game, 패배선언)’를 채팅창에 쳤다.

기세등등해진 이영호였지만, 이내 위기를 맞았다. 두 번째 도전자는 래더 점수 2000점의 프로토스였다. 이영호는 “저그로 하면 더 빨리 끝낼 수 있다”며 자신만만하게 저그를 선택했다. 그러나 상대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이영호가 쉬지 않고 히드라리스크 드롭 공격을 시도했지만, 상대방도 커세어와 리버로 호수비를 펼쳤다. 결국 이영호가 13분7초 만에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이영호는 곧장 테란을 선택, 두 번째 도전자와 재대결을 펼쳤다. 이영호가 시즈 탱크와 벌처로 9분23초 만에 GG를 받아냈다. 상품으로 이영호의 친필 사인이 담긴 기계식 키보드를 받게 된 도전자는 “1대1이네요. 우리”라는 채팅과 함께 사라졌다.

두 번째 도전자는 2000점의 프로토스 유저였다. 이영호의 히드라리스크 드롭 공격을 촘촘한 수비로 막아냈다. 이영호가 실패를 인정했다. 아프리카TV 방송화면 갈무리

세 번째 도전자는 2100점의 저그 유저였다. 고수답게 뮤탈리스크 부대로 이영호의 본진을 공격하는 등 매서운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영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영호가 히드라리스크 드롭 공격을 미리 저지하는 데 성공, 11분40초 만에 도전자의 최종 방어선을 뚫었다.

2200점의 테란 유저가 네 번째 도전자로 나섰다. 이영호가 레이스와 시즈 탱크로 상대 본진의 언덕을 점령해나갔다. 이영호가 13분 만에 도전자의 커맨드 센터 앞까지 당도했다. 도전자가 건물을 모두 공중으로 띄웠다. 엘리미네이션(전멸)만은 면했지만, 사실상 게임 패배를 인정한 셈이었다.

마지막 도전자는 2300점의 프로토스 유저였다. 사실상 아마추어 중 최상위권 수준의 실력자다. 도전자는 다크템플러로 이영호의 러시를 최대한 늦추는 등 분전했다. 그러나 이영호의 물량 공세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도 12분40초 만에 GG를 쳤다.

2300점 프로토스 유저인 마지막 도전자. 다크 템플러로 이영호의 심기를 건드리는 등 분전했지만 15분을 버티기엔 역부족이었다. 아프리카TV 방송화면 갈무리

이날 ‘15분 챌린지’로 입증된 것은 다음과 같았다. 아마추어 고수들도 이영호 상대로 15분을 버티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영호가 자신의 개인화면을 공유하고, 주 종족이 아닌 저그를 선택한다면 버틸 수도 있다. 또한 제아무리 이영호라도 건물을 공중에 띄운 테란을 15분 안에 섬멸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영호는 앞으로도 15분 챌린지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는 6일 국민일보에 “팬들과 이런 콘텐츠를 진행하게 돼 너무 좋았다. 앞으로도 자주 진행했으면 좋겠다”며 더 많은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전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