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평화의 소녀상에 침 뱉은 이들은 모두 한국인

입력 2019-07-06 17:13
안산 평화의 소녀상. 안산시 제공

경기 안산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은 이들은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드러났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6일 A씨(31) 등 4명을 모욕 혐의로 형사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이날 오전 12시8분쯤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역 광장에서 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고, 이를 제지하는 시민과 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새벽 상록수역 광장에서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남성 4명이 소녀상에 침을 뱉었고, 이를 제지하는 시민과 시비 중이라는 신고가 2건 접수됐다. 신고자들은 “시비가 붙었던 남성 4명 가운데 1명이 일본어를 썼다”고 경찰에 설명했다.

경찰은 신고 직후 현장에 출동했지만, 이미 상황이 정리돼 이들 모두 자리를 뜬 상태였다.

경찰은 인근 CCTV를 토대로 사건 발생 15시간여 만인 오후 2시55분쯤 A씨 등 2명을 검거했다. 이들 일행인 또다른 남성 2명에게도 연락해 경찰서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신고 내용과는 달리 이들 일행은 모두 한국인으로 밝혀졌다. A씨 등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에서 조사에서 “술기운에 소녀상에 침을 뱉고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며 “일본어를 할 줄 알아서 제지하는 시민에게 일본어를 썼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침을 뱉은 대상이 사람이 아닌 조형물이지만 모욕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소녀상은 별도의 관리 주체에 의해 유지·보수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행위가 소녀상 관리 주체와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모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상록수역 평화의 소녀상은 2016년 8월 15일 제71주년 광복절을 맞아 역 남측 광장에 세워졌다. 소녀상은 거리 캠페인과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한 시민 참여로 건립됐다.

안산=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