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어린이를 성인 남성 판타지로 소비한 사회”… 위티, 배스킨라빈스 광고 비판

입력 2019-07-06 00:04

립스틱이 돋보이는 진한 화장, 크림이 묻은 입술, 클로즈업 된 목덜미.

배스킨라빈스가 아이스크림 먹는 여성 어린이 모델을 연출한 방식이다. 지난 6월 28일 이 광고가 공개되자마자 곧장 성상품화 문제가 대두됐다. 배스킨라빈스는 하루 만에 영상을 내리고 “일반적인 수준의 메이크업” “부모님 참관” 등을 언급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논란이 일자 일부는 이를 성상품화라고 보는 시각 자체가 잘못됐다는 ‘예민함’을 지적했다. 부모가 허락한 컨셉이니 괜찮다는 식이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는 5일 이 광고에 대한 논평을 냈다. 광고가 왜 잘못된 것인지 자세히 설명하겠다는 취지다. 위티는 ‘문제는 립스틱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광고 모델이 성인이 아닌 여성 아동이라는 점이 강조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우유가 관을 타고 치솟는 장면, 입술과 목덜미가 클로즈업되며 이어지는 ‘이런 여름은 처음이야’라는 내레이션 등 전형적인 성적 클리셰를 포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 광고가 왜 성상품화인가”라고 묻는 이들을 향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상품화에 무감한지를 잘 보여준다”며 “여성을 인간이 아닌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회에서 여성 아동 역시 성상품화의 대상이 된다. 보호받아야 하고 ‘아이다워'야 하는 아동이 무력하고 수동적인 성적 대상으로 소비되는 것에 대한 지적”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문제는 아동의 성적 표현 그 자체가 아니라, 아동의 성적 표현이 성인 남성의 시각으로만 구현되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위티는 “순수하고 때 묻지 않았기에, 오히려 침범하고 싶은 매혹적인 존재로 여겨진다”며 “아동 성상품화에 저항하는 일은 ‘아이다움’의 통념을 부수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또 “성인 남성의 판타지로만 소비되어온 여성 아동의 성적 주체성을 되찾을 때가 되었다”며 “성인 남성이 부여한 뻔한 성적 클리셰를 넘어, 아동이 자신의 성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아동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아동을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성적 주체성을 가진 존재로 바라봐야 한다. 문제는 립스틱이 아니라, 여성 청소년의 성을 성인 남성의 판타지로 소비해온 사회”라며 “많은 사람이 배스킨라빈스 광고 논란을 통해 이 사회가 얼마나 성상품화에 무감한 사회인지 되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