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왜 검찰 안 떠났나’ 질문에 “남은 후배들 버팀목 되겠단 약속 때문”

입력 2019-07-06 05:00

검사 윤석열을 지금의 검찰총장 후보자로 만든 결정적 분수령은 2013년의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였다. 윤 후보자는 당시 수사팀장으로서 법무부와의 마찰 끝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며, 그해 10월 국정감사 자리에서 검찰 지휘라인과 공개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다음 인사에서 한직으로 좌천됐으며, 2016년 말 박영수 특별검사팀 팀장으로 호출되기 전까지 수사 일선에서 배제된 채 지냈다.

윤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5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는 2013년 댓글사건 수사 및 이후 상황에 대한 소회, 입장 등이 담겨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후보자가 댓글 수사 당시 항명을 하고 문재인정부 들어 영전을 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주장이 있다’고 질문한 데 대해 윤 후보자는 “저는 법에 따라 일을 했을 뿐 항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여러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윤 후보자에게 2013년 국감장에서 한 수사 외압 폭로와 관련한 추가 질문을 던졌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청문회 이슈로 끌어들이려는 전략도 엿보이는 질의였는데, 윤 후보자는 “댓글사건 수사에 대해 드릴 말씀은 2013년 국감에서 모두 말씀드렸다”고만 대답했다.

윤 후보자로서는 검찰 조직의 수장이 되는 관문에 선 데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당 측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스탠스를 취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는 ‘좌천성 인사에도 불구하고 검사를 그만두지 않은 이유’(표창원 민주당 의원)를 묻는 질문에는 “국정원 사건의 공소유지를 담당한 후배검사들에게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버팀목이 돼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계속 재직했다”고 말했다.

좌천성 인사가 났을 때의 소회에 대해서는 “어려운 사건을 후배들에게 남겨 안타까웠고, 할 일을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고 했다.

표 의원이 ‘국정원 댓글사건 팀장 제안을 받았을 때의 심정’을 물었을 때는 “수사가 잘 되든 잘 못되든 검사 장래에 좋지 못하다고 주변 선배들이 만류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어차피 누가 해도 해야 될 사건이라면 장래 인사 이런 것 생각하지 않고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윤 후보자가 댓글수사 팀장으로서 외압을 주장하더니, 몇 년 뒤 서울중앙지검장이 돼 댓글사건을 재수사한 점을 지적하면서 ‘검사윤리강령’에 따라 사건을 회피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에 윤 후보자는 “이 사건에 대해 회피 사유가 없었고,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했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