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쉰 채 발견됐던 사나이, 담원의 허파로 돌아오다

입력 2019-07-05 19:38

담원 게이밍 원거리 딜러 ‘뉴클리어’ 신정현이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담원은 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9 LoL 리프트 라이벌즈’ 대회 2일 차 3경기에서 TOPe스포츠(TES)에 역전승을 거뒀다. 담원의 승리로 LCK는 6전 전승을 달성, 대회 결승 진출을 확정 지었다.

이번 대회에서 담원의 경기력은 인상적이다. LCK에 비해 훨씬 호전적인 VCS나 LPL 팀들 상대로도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특히 이날 TES전에서는 과감하게 전투를 전개, 불리했던 상황을 타개하는 이른바 ‘슈퍼플레이’를 수차례 선보이기도 했다.

담원의 선전 중심에는 신정현이 있다. 4일 에보스e스포츠전에서는 자야로 팀을 캐리했다. 두 차례의 중요한 팀 파이트에서 데스 없이 대미지를 욱여넣었다. 마지막 전투에서도 트리플 킬을 기록했다.

5일 TES전에서도 신정현의 좋은 플레이는 이어졌다. 초반 ‘너구리’ 장하권(블라디미르)이 상대의 집중 견제에 당해 상체 균형이 무너졌다. 그러나 바텀 듀오(시비르·브라움)와 ‘캐니언’ 김건부(자르반 4세)가 마찬가지로 TES의 바텀을 헤집어놓자 스노우볼이 멈췄다. 장하권은 피해를 복구할 시간을 얻었고, 이내 평상시처럼 게임을 접수했다.

신정현은 2015년 데뷔한 고참급 선수다.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이듬해인 2016년 스프링 시즌, 스베누 소닉붐 소속으로 고군분투하면서다. 하위권 팀의 에이스였다. 루시안으로 11킬 10어시스트 노 데스를 기록하고도 패배했다. ‘숨 쉰 채 발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로부터 3년 반이 지났다. 이제는 팀의 캐리가 아닌, 조력자 역할로 거듭났다. 팀에는 장하권과 ‘쇼메이커’ 허수라는 훌륭한 쌍포가 있다. 신정현은 두 선수가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징검다리가 돼주거나, 소나(LCK 기준 3승0패)같은 챔피언을 선택해 이들을 보필하고 있다.

돋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신정현이 있어서 담원은 더 빨리, 더 멀리 달릴 수 있다. 3년 전 숨 쉰 채 발견됐던 젊은 에이스, 이제는 팀의 허파로 거듭났다. 여기에 바텀 파트너 ‘베릴’ 조건희와의 호흡도 물이 올랐다. 장하권과 허수의 개성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는 든든한 원동력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