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망 없는 암은 알 필요 없다?… 폐암 사실 숨긴 병원

입력 2019-07-05 15:56
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환자의 심적 부담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병원이 폐암 진단 사실을 숨겨도 되는 것일까?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암이지만 네가 알 필요는 없어, 이게 병원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청원인은 “지난해 3월 어머니가 기침이 멎지 않아 서울시 금천구 소재의 한 병원을 찾았다”고 얘기를 시작했다. 이어 “병원은 어머니에게 ‘폐에 염증이 가득 찼다’며 입원을 권했다. 그러나 차도는 없었다”며 “상급 병원으로 옮겨서 검사를 받아보고 싶다고 했으나 병원 측은 ‘담당의가 명의’라며 만류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청원에 따르면 환자 본인이 병원 측에 병명을 알려달라 요청했음에도 의사나 간호사는 병명을 설명하거나 별다른 검사를 하지 않았다. 결국 답답함을 느낀 환자 측은 병원을 옮겨 CT, 기관지 내시경 등의 검사를 통해 폐암을 진단받았다.

청원인은 “시간에 따라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소세포폐암이었다”며 “처음 내원했던 병원의 담당 의사는 어머니가 폐암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나 이를 알게 된 환자가 심적 부담을 느낄 것을 고려해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소세포폐암은 진단되는 폐암의 15~25% 정도이며 악성도가 강해 발견 당시에 이미 다른 장기나 반대편 폐, 혹은 종격동으로 전이돼 있는 경우가 많다.

청원인은 “의사는 (암이 이미 많이 진행돼) 소용없는 상태여서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며 “실제 의사가 직접 작성한 소견서에 해당 내용이 적혀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환자의 알권리 및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 어머니는 자신의 병명이 무엇인지, 어떻게 치료할지 선택하고 동의하는 것을 의사에게 위임한 적 없다”고 했다.

환자 측은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소액재판 범주에 들어가 판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청원인은 “도둑맞은 환자의 알권리 및 자기결정권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게시된 지 3일 만인 5일 오전 기준 6612명의 동의를 얻었다.

송혜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