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 선출됐다. 2개월째 계류 중인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가 초입에 들어섰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앞으로가 더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 위원장이 전임이었던 황영철 의원보다 강성인데다 ‘재해추경 분리 심사’를 두고 여야의 의견차가 커 최종 처리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는 5일 본회의를 열어 20대 국회 마지막 예결위원장으로 김 위원장을 선출했다. 앞서 한국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김 위원장을 자당 몫 예결위원장 후보로 결정했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이끌던 지도부로부터 예결위원장을 약속받았던 황 의원이 경선 불가 입장을 고수했지만, 현 원내 지도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경선을 포기했다.
민주당은 예결위원장 선출 결과를 두고 내심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추경안 처리를 7월 임시국회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여당 입장에서 김 위원장이 더 까다로운 상대이기 때문이다. 친박계인 김 의원은 황교안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혀 바른정당 복당파 출신인 황 의원보다 강성이란 평가가 많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김 위원장은 꼼꼼한 일 처리로 유명해 ‘현미경 심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예결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김 위원장이 황 대표의 측근인 만큼 당의 정치적 입장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실시된 예결위원장 선거에서 이례적으로 낮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국회 본회의 투표가 신임 투표 성격의 형식적 절차임에도 김 위원장은 182표 중 113표를 얻는 데 그쳐 62%의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재해추경 분리 심사에 대한 여야 간 입장차가 큰 것도 추경안 처리의 걸림돌이다. 한국당은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 중 재해·재난 관련 예산인 2조2000억원만 분리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정부 추경안은 알리바이용 면피성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추경안 일괄 심사를 요구하고 있어 재해추경과 비 재해추경을 가리는 문제가 추경 심사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재해 예산과 비 재해 예산을 구분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각 당이 입장을 굽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7월 셋째주에 본회의를 열기로 잠정 합의한 만큼 이르면 다음주쯤 추경 심사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심우삼 신재희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