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피 21년 만에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54)씨 재판이 11년 만에 재개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오는 18일 오전 10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공판준비기일은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간단히 확인하고 향후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다. 피고인이 법정에 나올 의무는 없다.
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의 회사자금 약 322억원을 스위스의 차명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그는 1998년 6월 서울중앙지검에서 관련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은 뒤 잠적했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임박하자 2008년 9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 도피 및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정씨를 조사해 장기간 도피 과정에서 신분 세탁 및 재산 은닉 등 또다른 범죄를 확인할 경우 추가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정씨는 200억원대의 국세도 체납한 상태다.
정씨는 정태수 전 회장과 함께 키르기스스탄과 에콰도르 등지에서 생활하다 파나마에서 체포돼 지난달 22일 강제 송환됐다.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인적 사항을 빌려 도피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 1일 에콰도르에서 숨졌다고 지난 4일 공식 발표했다. 정 전 회장은 숨지기 전 150쪽 분량의 유고(遺稿)를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