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문제 중간고사 문제와 일치” 의혹에…외고 시험지 빼돌린 교사·학원장 실형

입력 2019-07-05 15:18

서울의 A외국어고등학교에서 중간고사 영어시험지를 유출한 교사와 학원장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이들은 원래부터 알고 있던 사제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 송유림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영어학원장 조모(34)씨와 교사 황모(63)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 보석으로 풀려났던 이들은 이날 실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대학 입시와 직결된 중요한 절차로 사회적 관심이 높은 고교 내부 정기고사의 절차적 공정성이 침해됐다”며 “교육 현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실력으로 평가받은 보편적 가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우려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A외고를 졸업한 조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황씨에게 2017년 9월 A외고의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영어 시험문제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같은 해 9월 12일 황씨는 조씨에게 시험지 30문항을 유출했다. 조씨는 넘겨받은 30문항 중 일부를 변형해 예상문제 32문항을 만들어 학원 수강생들에게 배포했다.

이후 9월 29일 중간고사 시험을 치르고 난 뒤 10월 1일 온라인상에서 “영어학원에서 준 문제가 중간고사 문제 다수와 보기까지 일치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그해 11월 조씨와 황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중간고사는 재시험을 진행했다.

조씨는 재판에서 “학생들에게 나눠준 예상문제는 기출문제와 출제 교사들이 필기해 준 내용을 분석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며 직접 시연까지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황씨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자신이 문제를 유출했다고 인정하는 진술을 했으나 법정에서는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이 회유·협박했다. 내가 모든 책임을 떠맡으면 학교에 미치는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진술한 것”이라며 입장을 번복했다. 그러나 법원은 황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출제될 시험문제를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는 것과 이미 출제된 시험문제를 사후에 분석하는 것을 평면에 두고 판단할 수는 없다”며 “황씨가 문제 출제 과정에서 1·2차 검토본을 제때 반납하지 않고 더 소지하고 있었던 점, 사건 당시 행적, 재학생들의 진술 등에 비춰볼 때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황씨는 중간고사를 앞두고 영어 과목 교사들이 모여 시험문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혼자서만 두 차례 검토를 미루며 시험문제를 며칠 더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재판부는 이들이 2학년 중간고사 영어 시험지도 유출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조씨가 수강생들에게 배포한 문제지 등이 확인되지 않았고 학생들의 진술이 엇갈리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황씨가 친분이 있는 조씨를 돕고 싶다는 사사로운 이유로 교사로서의 기초적인 윤리를 저버리고 학교 시험지를 유출해 학생들의 공정한 경쟁을 막았다”며 “조씨도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이를 이용한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범행이 조기에 발각됨에 따라 학생들이 중간고사 재시험을 보는 불편을 겪긴 했지만 성적 처리의 공정성이 궁극적으로 침해되지는 않은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