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밀한 사적 공간에 들어갔으니 전시보다는 대사관저가 어떻게 꾸며져 있는지가 우선 더 궁금했다. 집들이 온 기분으로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실내 장식에는 초보지만 현관, 응접실과 접견실의 가구, 적재적소에 배치된 조명과 회화, 조각품 등에서 핀란드 자연주의 스타일에 대한 ‘느낌’을 갖게 했다. 관계자는 “소파, 식탁, 조명 같은 가구와 회화와 사진 등의 미술 작품이 모두 핀란드에서 온 것”이라며 “핀란드 관저가 핀란드 스타일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그것은 ‘단순+실용성+자연주의’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벽면에는 미술 작품이 걸렸는데, 이번 전시에도 나오는 안나 레툴레이넨의 회화, 엘리나 브로테러스의 사진 등도 있었다. 북유럽 스타일이 대세이니 관심사는 단연 가구나 그릇 등 핀란드 스타일 인테리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응접실의 조명이었다. 심플한 소파 옆에 세워둔 조명등을 보고 종이를 구긴 뒤 그 안에 전구를 넣은 듯 같다고 했더니 수오미넨 대사는 어떻게 알았느냐는 표정을 지으며 “맞다. 실제 그렇게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 조명등의 디자이너 일카 수파넨은 조명의 밑그림을 종이에 그려보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자 답답한 마음에 종이를 구겨서 휴지통에 던졌다. 그런데 그 구겨진 상태의 종이를 보고 ‘맞다. 저거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렇게 구겨진 종이 조명등은 세상에 나오게 됐다.
브런치가 차려진 식탁도 핀란드 디자인 그 자체였다. 핀란드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딸라’의 식기가 세팅돼 있었다. 핀란드 가정마다 꼭 갖추고 있다는 이딸라 식기는 심플함과 실용성이 한눈에 들어왔다. 핀란드 국민 디자이너 알바 알토의 유리병과 쟁반 등이 포인트처럼 섞여 있었다. 알바 알토 유리 화병은 곡면이 원이 아니라 물결치듯 굽어있다. 그가 제작한 과일 접시도 마찬가지로 구불거리는 곡선 형태였다. 호수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런 제품은 자연의 곡선을 취해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했다. 핀란드의 자랑인 유리 공예 산업을 보여주는 잔과 접시 등도 단순했다. 군데군데 유리 공예로 만든 새는 유리 공예가 오이바 토이카의 작품이다. 심플하지만 일본이 젠 스타일이 주는 경건함과 달리 편안함을 주는 게 특징이다. 수오미넨 대사는 자신의 부친도 유리 공예가였다고 귀띔했다.
수오미넨 대사는 부산시립미술관 전시와 관련 “핀란드 디자인과 예술을 이렇게 대규모로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라며 “핀란드 예술이 얼마나 범위가 넓은지 한국인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선희 부산시립미술관장은 특히 디자인 파트에 대해 “알바 알토와 그의 후예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의식주 가운데 음식만 빼고 다 왔다”며 “핀란드 스타일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알토의 첫 부인이자 동료 디자이너였던 아이노 알토의 작품도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글·사진=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