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규제 연일 언급하는 아베…침묵의 文 대통령

입력 2019-07-05 13:36 수정 2019-07-05 13:37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 외교갈등으로 촉발된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과 관련한 직접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연일 수출 규제 발언을 쏟아내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달리 산업통상자원부 등 일선 부처를 통해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가 수출 규제를 자국 내 여론 결집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고 최대한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5일 춘추관을 찾아 “(일본 수출 규제 관련) 문 대통령의 지시는 따로 없었다”며 “논의는 계속하고 있지만 (언론에) 전달할 만한 지시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신 내부적으로 대응방안을 논의하면서 경제계 이야기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계 있는 분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전방위적으로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메시지 대신 물밑에서 사태해결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과 정반대로 연일 한국에 대한 날선 입장을 직접 쏟아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일 NHK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이) 국제사회의 국제법 상식에 따라 행동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이웃 국가끼리는 여러 문제가 일어나지만 한·일은 청구권협정에 따라 종지부를 찍었다”며 “서로가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일엔 당수토론회에 참석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는 우대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수출 규제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청와대는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직접 대일 메시지를 내는 것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태가 더 악화되면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드릴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청와대는 아직 대일 특사 파견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대신 기업 등 민간과의 소통을 강화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경제부총리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차원의 대응이 있었고 업계의 어려운 점을 파악하고 상응하는 대책이 어떻게 이뤄져야 할지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미 삼성전자의 고위 임원을 만나 일본 수출 관련 논의를 나눴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현대차와 엘지(LG) 등 나머지 5대그룹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관표 주일대사가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들었다”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주일대사는 대사의 역할을 하고 산업부를 비롯해 정책실은 업계 어려움이 없도록 챙겨 나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자가 모색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