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결산특별위원장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을 포기한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내 민주주의가 훼손됐다”며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한국당은 5일 황 의원을 차기 예결위원장 후보로 내정한다는 김성태 원내지도부 당시의 합의를 뒤집고 경선을 강행, 김재원 의원을 예결위원장 후보로 선출했다.
황 의원은 이날 예결위원장 후보 선출을 위한 비공개 의원총회가 진행되던 중 기자들과 만나 “경선을 수용할 수 없다는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나 경원 원내대표가 측근을 예결위원장에 앉히기 위해 당이 그간 줄곧 지켜온 원칙과 민주적 가치들을 훼손했다”며 “이번 사례는 상임위원장 선출 등에 있어 당의 합의와 조율사항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키는 잘못된 선례가 될 것이다. 이 선례를 만드는 당사자가 될 생각이 없어 경선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해 7월,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당시 안상수 의원이 전반기 예결위원장(7개월)을 맡고 황 의원이 후반기 위원장(1년6개월)을 하도록 교통정리를 했다. 합의에 따르면 안 위원장의 잔여임기를 물려받고 지난 5월 29일부로 사임한 황 의원이 차기 예결위원장으로 재선출돼야 한다.
하지만 김 의원이 예결위원장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전임 원내지도부의 합의가 뒤집어지게 됐다. 김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2심까지 유죄를 선고받은 황 의원이 대법원 최종심을 남겨 놓고 있다는 점, 자신이 검찰 기소에 따른 당원권 정지로 상임위원장 배분 논의에서 배제됐다는 점을 들어 경선을 요구했고, 원내 지도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황 의원은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료 의원을 밀어내기 위해 추악하고 악의적으로 상황을 왜곡시켜 김 의원이 자신의 출마 동기를 밝혔다. 동료 의원에게 할 수 없는 저질스럽고 추악한 행위”라며 “내년도 출마를 포기하고 예결위원장으로서 소신 있게 정치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끝내 무산됐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올바른 리더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인정할 수 없다”고 거듭 비판했다.
경선 강행 시 탈당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던 황 의원은 향후 거취 문제에 대해서 “저를 밀어내고 있는 원내지도부를 생각하면 이 사람들과 같이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의 상황을 가슴 아프게 공감하고 도와주려 했던 의원들도 계신다”며 “원내에서 더 크게 싸우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희생자의 아픔을 우롱하는 사람들, 5.18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가치를 훼손하는 의원들을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며 “이런 조치들을 위해 강력하게 싸워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황 의원의 경선 포기로 한국당 몫의 예결위원장 후보로 뽑힌 김 의원은 직후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다수 득표 조건을 충족하면 예결위원장으로 선출된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