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의 한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24개월된 여아를 학대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피해자 측은 어린이집 교사가 식탁용 덮개가 있는 의자를 이용해 아이를 못 움직이게 했다고 주장했지만, “의자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었기 때문에 학대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SBS가 4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이 어린이집 원장 이모씨와 담당 교사 2명에게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매체에 따르면 아동학대 의혹은 피해 아동인 A양의 가족이 어린이집 CCTV를 확인하며 드러났다.
공개된 CCTV는 A양이 식탁 겸용 의자에 앉아있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A양은 의자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의자에 연결된 식탁용 덮개 때문에 몸을 빼내지 못했다. 의자에서 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던 A양이 의자 옆으로 쓰러지는 장면도 CCTV에 포착됐다. A양은 교사가 덮개를 빼준 뒤에야 의자 밖으로 나왔다.
SBS는 아이가 최고 1시간 반까지 이 의자에 앉아있었다고 전했다. A양 가족은 지난 4월부터 아동학대를 의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A양 할머니는 “처음에 귀에 피가 나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다”며 “어린이집 원장과 마주친 아이가 갑자기 자지러지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제게) 꽉 안기더니 울었다”고 말했다. A양이 이상행동을 보여 어린이집 측의 아동학대를 의심하게 됐다는 것이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아동학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한 교사는 아이가 너무 돌아다녀서 안전 문제 때문에 그랬다며 “제가 묶었다. 제가 그렇게 해 놓으라고 시켰다”고 말했다. 특히 원장은 “학대 아니다. 인정 못 한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 어린이집의 다른 학부모 B씨도 “학부모 총회를 통해 CCTV를 전부 확인한 결과 아동학대로 보기에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다”고 5일 국민일보에 밝혔다. B씨는 “해당 의자의 경우 잠금 장치가 고장 나 아이가 원하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며 “아이가 덮개를 떼고 나오는 장면도 CCTV 영상에서 봤다”고 했다.
이어 “새로 아이가 오면 해당 의자에 앉혀 일대일로 밥을 먹여주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제 아이의 경우 이 어린이집에 1년 가까이 잘 다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어린이집 관계자들의 행동이 A양에 대한 정서적 학대로 보인다는 의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