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중순 최대 9명의 장관 및 장관급 인사에 대한 개각을 단행할 전망이다. 현 정부 들어 가장 큰 폭의 교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차기 법무부장관으로 거론된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유력한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권에 따르면 이번 개각은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정치인 장관들을 중심으로 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유영민 과기부 장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원년 멤버’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경우 취임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최근 북한 목선 사태 등으로 인해 신임을 잃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내년 총선 차출 가능성과 함께 교체 가능성이 나오는 형국이다. 현재 공석인 공정거래위원장 인사도 이번 개각 때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과기부 장관 후보로는 이상민 의원과 KT 이사회 의장 출신인 윤정로 카이스트 교수, 최기영 서울대 교수 등이 물망에 올라있다. 이 가운데 이 의원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 의원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등을 거치면서과학과 ICT 분야를 오랫동안 다뤄왔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름도 꾸준히 거론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는 조국 수석이 사실상 내정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국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총장 라인을 완성해 국회를 상대로 사법 및 검찰 개혁에 전력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국 수석의 경우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는 점도 강점이다. 조 수석이 부산 지역 총선에 출마해 의석 1석을 더 얻는 것보다 국민 지지를 기반으로 사법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게 더 득이 된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라고 한다.
애초 총선 출마를 위해 국토부 장관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관측됐던 김현미 장관은 개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선 오는 11월 이낙연 총리 후임으로 김 장관이 낙점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은 이번 개각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토부 장관이 아닌 고용노동부나 보건복지부 장관 기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윤종원 전 경제수석도 이번 개각 대상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는 당초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거론됐지만 조성욱 서울대 교수가 더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조 교수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주주환원 정책 등을 강조해온 인사이기도 하다.
총선 정국이 다가오면서 청와대 개편도 가속화되고 있다. 청와대는 비서진 가운데 내년 4월 21대 총선 출마 희망자 현황 파악에 착수했다. 현재 청와대에선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정태호 일자리수석, 김영배 민정비서관, 김우영 자치발전비서관, 민형배 사회정책비서관의 총선 출마가 확실시된다. 이용선 수석은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 지역구인 서울 양천을에, 정태호 수석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지역구인 서울 관악을에 출마할 예정이다. 김영배 비서관은 서울 성북갑 또는 부산 해운대 출마설이 있다. 은평구청장 출신인 김우영 자치발전비서관은 서울 은평을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안보라인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회담 이후 멈춰있던 비핵화 논의가 남·북·미 3자 판문점 정상회동으로 재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안보라인은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 등은 오는 11월 이낙연 총리 인사 시점과 맞물려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