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손정의 회장 접견…한·일 갈등 논의는 없어

입력 2019-07-04 17:51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AI),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로 한·일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손 회장과 외교적 해법을 의논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관련 이야기는 없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집현실에서 1시간30분간 손 회장을 접견했다. 손 회장은 “AI는 인류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한국이 AI 후발국이나 한 발 한 발 따라잡는 전략보다는 한번에 따라잡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세계가 한국의 인공지능에 투자하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젊은 기업가들은 열정과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금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도록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투자된 기업은 매출이 늘고 일자리 창출을 가져오며 글로벌 기업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대기업은 자금력이 있어 스스로 투자가 가능하지만 혁신벤처 창업가들은 자금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젊은 창업가들에게 투자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이 AI 분야에서 늦게 출발했을 수 있지만 강점도 많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5G(세대)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뤘다”며 “이미 만들어진 개념을 사업화시키는 데에는 단연 앞서 간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AI 전문인력 양성 분야에 대한 지원과 젊은 창업자에 대한 투자, 소프트뱅크의 글로벌 네트워크 공유 등 세가지를 요청했고 손 회장은 흔쾌히 “그러겠다(I Will)”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소프트뱅크 본사를 방문해 손 회장의 아시아슈퍼그리드 구상을 듣고 큰 영감을 받았던 것을 언급하며 반가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손 회장 덕에 동북아슈퍼그리드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며 동북아철도 공동체가 동북아에너지공동체로, 동북아경제공동체로, 다자안보공동체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구체적인 정책과 전략은 다른 사람들이 해도 되지만 대통령은 비전을 갖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의 손 회장 접견은 이번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후보 시절 일본 소프트뱅크 본사를 방문해 손 회장과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손 회장은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만났다.

손 회장은 청와대 방문 이후 재계 총수들을 만나 AI와 4차 산업혁명 등에 관한 논의를 나눴다. 이날 모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이 참석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