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테러조직 사이 밀착설을 제기하는 등 이란 공격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몇몇 미국 의원들을 인용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공개 및 비공개 의회 증언에서 ‘이란 정부가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결돼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공격하는 테러조직은 대통령이 의회 동의 없이도 직접 전쟁을 선포할 수 있도록 하는 ‘무력사용권(AUMF)’을 발동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미국 헌법은 전쟁 선포 권한이 의회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미 의회는 지난 2001년 9·11 테러 후 테러조직의 경우 대통령이 직접 전쟁을 선포할 수 있도록 하는 AUMF를 신설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과 전쟁을 벌인다해도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발언도 이란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에 지상군 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만큼 이란 공격은 공습의 형태를 띌 것이며, 미군의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는 지적이다.
미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이란과 전쟁을 치르는 일을 막기 위한 법안 통과를 시도했으나 미 상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상원에서 의회 승인이 없을 경우 군사 행동 수행에 필요한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표결에 붙였지만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 60표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미 민주당 하원의원의 한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쟁을 승인할 수 없다는 의회의 입장에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사실상 AUMF는 이미 기지개를 켰다”고 말했다.
중동 정세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이란 핵 합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이란은 지난 2015년 7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과 핵 합의를 맺었다. 합의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대(對)이란 경제 제재를 해제했고, 이란도 핵 개발을 중단키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이 협정에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폐기하는 내용이 없고, 15년의 일몰 기간이 지나면 이란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로 탈퇴를 선언했다. 이란 역시 우라늄 농축도 상한선이었던 3.67%를 지키지 않고 무제한으로 농축도를 상향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핵 무기 개발 재개와 핵 합의 파기를 선언한 것이다.
미국이 지난 5월 중순 ‘이란의 위협’을 이유로 걸프 해역에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 편대를 배치하며 양국의 군사적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이란이 자신들의 영공을 침범했다며 중동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 무인정찰기를 격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 공격을 승인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