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 이틀째인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초등학교. 급식 파행은 줄었지만 아침부터 학부모와 아이들의 분주한 등굣길은 계속 됐다. 도시락만 보내고 수저와 젓가락을 챙겨주지 않아 다시 학교로 뛰어오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아이만 먼저 등교를 시키고 집에서 도시락을 싸 학교 보안관에게 전달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등교시간이 8시40분까지인데 10분가량 늦게 도착하는 아이들도 보였다.
유독 맞벌이를 하는 학부모가 많다는 이 학교에는 정상적인 급식을 운영한 전날과 달리 학생들에게 개별 도시락를 가져오라는 공지가 내려졌다. 맞벌이 엄마인 윤모(44)씨는 “아이가 둘인데 첫째는 볶음밥 만들어 보냈고, 이제 둘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줘야 한다”며 황급히 차를 몰고 학교 앞을 떠났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는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도시락을 전달하러 온 어른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학교 보안관 심모(67)씨는 “어제보다 학교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보통 이모나 삼촌들이 와서 전달하고 간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배달 오토바이가 여러 대 등장했다. 단축수업을 한 전날과 달리 정상수업을 실시하면서 교사들이 도시락을 주문한 것이다. 아이들은 개별 도시락을 지참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최모군은 “일회용기에 도시락을 싼 아이들이 많아 교실 쓰레기통이 가득 찼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은 한 초등학교를 방문, 대체급식 실시 현장을 점검했다. 조 교육감은 “급식 및 돌봄교실 운영에 어려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학교별로 실정에 맞게 잘 대응해줬다. 교육부, 교육청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잘 타결될 수 있도록 성실히 교섭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서 파업에 참여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1만7342명으로 전날 2만2000여명보다 약 4700명이 줄었다. 서울 지역은 1074명이 파업에 참가, 전날 1679명 대비 605명이 감소했다. 도시락 지참, 간편식 지급 등 대체급식을 실시한 학교는 60곳으로 전날 79곳보다 19곳이 줄었다. 서울 내 초등 돌봄교실은 560개교가 모두 정상 운영됐다.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지난 3일 광화문 광장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본대회에 참가한 데 이어 이날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총파업승리결의대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약 900명(서울시교육청 집계)이 참가했다. 이들은 “정규직보다 차별이 심각한 상황, 그에 따른 생계곤란에 대해 교육부와 교육청은 아무런 고민과 대책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구인 황윤태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