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 풀린 北 호주 유학생 “난 괜찮다, 아주 좋다”

입력 2019-07-04 16:39
북한에서 실종된 호주인 유학생 알렉 시글리(29)가 4일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기자들의 사이로 지나가고 있다. AP연합

북한에서 실종된 호주인 유학생이 북한에서 풀려나 중국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변에 이상 없이 안전하고 무사히 풀려났다.

스콜 모리슨 호주 총리는 4일 의회 발언 중 북한에서 돌연 연락이 끊겨 억류설이 제기된 유학생 알렉 시글리(29)를 언급하며 “북한에서 풀려나 중국에 안전하게 도착했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방송, 가디언 등이 전했다.

시글리의 억류 해제 소식을 가장 먼저 보도한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시글리는 조만간 그의 아내 유카 모리나가가 살고 있는 일본 도쿄로 떠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시글리는 이날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난 괜찮다. 괜찮다. (상태가) 좋다. 아주 좋다”며 밝게 심경을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스콜 모리슨 호주 총리는 4일 의회 발언 중 북한에서 돌연 연락이 끊겨 억류설이 제기된 유학생 알렉 시글리(29)가 북한에서 풀려나 중국에 안전하게 도착했다고 밝혔다. AP연합

시글리의 석방에는 스웨덴의 지원이 있었다. 모리슨 총리는 “복잡하고 민감한 영사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한 관리들의 막후 작업의 결과”라며 “스웨덴 특사들이 북한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알렉의 실종문제를 언급했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스웨덴 정부가 알렉의 즉각적인 석방을 위해 나서준 데 대해 호주 정부 대표로서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은 스웨덴 특사가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스웨덴은 평양에 대사관을 두면서 호주의 영사 업무를 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스웨덴 특사의 방북이 시글리 실종과 연관됐다는 추측이 나온 바 있다.

시글리에게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시글리의 아버지 개리 시글리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글리가 무사히 베이징에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정말 기쁘다. 빨리 아들을 만나 안아주고 싶다”며 “조만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글리는 2014년 처음 북한을 여행했고, 지난해 4월 김일성종합대학 조선문학 석사과정에 입학해 유학생활을 해오다 최근 연락이 두절되면서 북한에 억류됐다는 추측이 나왔다.

시글리는 북한에 사는 유일한 호주인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3월 가디언 호주에 기고한 글에서 “학생 비자로 장기 체류한 외국인으로서 거의 전례 없이 평양에 접근했다”고 썼다. 그는 “아무도 동행하지 않고 자유롭게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다”며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는 때때로 제한되지만 내가 원하는 거의 모든 곳에서 쇼핑을 하고 식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